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메리가 사라진 이유 추적 <요코하마 메리>

‘요코하마 메리’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그녀는 왜 사라졌을까? 가면 뒤 진실을 알려주는 다큐

‘요코하마 메리’는 요코하마의 명물이자 유명 인사인 한 노파의 별명이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진한 눈 화장과 새빨간 립스틱을 칠하고 하이힐을 신은 노파의 그로테스크한 외모는 어디서나 눈에 띄었다. 메리는 과거 미군을 상대로 한 창부였는데 젊은 시절부터 독특한 화장법과 특이한 의상으로 유명했다. 그 시절 메리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거리의 창부로 일하면서 왕족 같은 모자에다 레이스 장갑을 끼고 장교들만 상대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1995년 당시 74살이었던 메리가 사라진 이유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사람들은 메리의 과거와 현재를 제멋대로 추측했고 갖가지 소문이 요코하마를 떠돌았으나 정확히 그녀가 누구이고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감독은 메리가 창부생활을 했던 도시들과 요코하마에서 이용했던 미용실, 세탁소 등 그녀와 관련된 모든 장소들을 탐방하고 그녀를 아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특히, 메리를 후원했던 게이 샹송 가수 나가토 간지로는 메리에 관한 가장 많은 추억과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 다큐에서 간지로는 또 다른 주인공이자 메리의 분신과 같은 존재다. 나가토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연민으로 메리를 후원했던 게 아니다. 그는 메리에게서 자신과 자신의 엄마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녀에게 진심어린 공감과 애정을 느꼈다.

영화를 보다보면 처음에는 어느 도시에나 한명쯤 있게 마련인 기인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내용처럼 느껴지지만 점차로 나가토와 메리에 대한 깊은 슬픔이 가슴속에 번져나가는 걸 느끼게 된다. 그것은 밤마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진한 분장을 하고 향수를 온몸에 뿌리는 나가토와 진짜 자신을 지우고 싶어서 온 얼굴을 하얗게 칠할 수밖에 없는 메리에 대한 연민이자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슬픔이다. 메리는 배우, 소설가, 무용수 등 많은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줄 정도로 기묘하고도 신비한 존재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메리는 기숙할 방 한칸 없는 궁핍하고 고독한 노인인데다 어떤 이들에게는 에이즈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불결한 존재일 뿐이었다. 메리가 쓰고 있던 흰색 가면과 지나칠 정도의 자존심은 훼손되기 전의 자신을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갑옷이었다. ‘요코하마 메리’가 인상적인 것은 오랜 세월 무거운 갑옷을 기꺼이 입고 있었던 한 여성의 고집이 언어를 초월해서 우리의 감각에 부딪혀 오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메리를 위해 나가토가 부르는 <My Way>가 그토록 절절하게 들리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