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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영화 골든벨을 울려라~!
강병진 2008-03-04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주최로 제1회 영화검정시험 열려

문제 하나. 오슨 웰스 감독의 <시민 케인>에서 극중 케인이 남긴 수수께끼 같은 유언은 무엇인가? 문제 둘. 촬영기술 테크닉의 하나로 원형의 형태를 만들어 점차 그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화면 속의 어떤 물체나 인물만 보이게 만드는 것은? 과거 PC통신 채팅방에서 밤새워 몰입하던 ‘영퀴’도 아니고, <씨네21>의 입사시험 기출문제도 아니다. 오늘 5월 전주에서 열릴 제1회 ‘영화검정시험’의 예시문항이다.

전주시에 있는 전주정보영상진흥원이 일본의 영화전문지인 <키네마준보>와 협약해 만든 이 시험은 영화역사, 작품, 감독, 배우, 영화용어, 흥행 관련 데이터 등 영화 전반에 관한 지식을 평가하는 것으로 주최쪽은 참가자의 성적을 1급에서 3급까지 등급별로 나누어 영화전문사 자격증을 수여할 예정이다. 말 그대로 기능사 자격증처럼 영화에도 전문가를 인증하는 자격증시험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은행 만들고 한·일 영화검정위원회도 조직 예정

이 시험은 <키네마준보>가 2006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영화검정시험을 모델로 하고 있다. <키네마준보>는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영화애호가들의 활동을 진작시키는 한편, 일본영화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계승하려는 목적으로 검정시험을 마련했다. 일본 유학 당시 이 시험을 눈여겨본 전주정보영상진흥원의 김형석 팀장은 키네마준보영화종합연구소의 가케오 요시오 소장을 만나 한국에도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보자고 제안했다. “한국도 일본 못지않게 영화 팬들과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 시험이 영화 팬들의 저변을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영화인력의 기초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을 거라고 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시험을 국가가 인증하고 치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영화사 취업을 준비하거나, 연극영화과 입학을 앞둔 학생들이 토익시험을 대하듯 긴장할 필요는 없다. 물론 주최쪽은 영화검정시험을 국가인증시험으로 승격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3년의 시행실적이 있으면 공인시험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말한 김형석 팀장은 “그때는 대학 입학이나 취업에 가산점으로 도움될 수 있는 시험으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위해 전주진흥원은 좀더 조직적인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키네마준보>와 공동주관해 오는 5월 중 문제은행을 도입하고 전주시장, 전주진흥원장, 한국영화학회장,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키네마준보> 영화종합연구소장이 참여한 한·일영화검정위원회를 조직할 계획이다. 또한 매년 영화검정출제위원을 전국의 영화영상 관련 학회 및 관련 교수들을 중심으로 선정하고 그들을 통해 영화검정시험 교재도 발간할 예정. 주최쪽은 “현재는 <키네마준보>가 발간한 <영화검정>이란 교재가 전부지만 여기에 한국영화와 관련된 부분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일본, 세계영화란 카테고리를 나누고 각 영화역사를 비롯해 영화베스트 100편, 영화배우 100인, 그리고 영화용어와 국제영화제 수상작 리스트가 300여 페이지의 분량에 담긴다고 한다.

신뢰성 있는 검증시험으로 자리잡기 위한 심도있는 시스템 필요

하지만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영화검정시험에 대한 반응은 다소 썰렁한 편이다. 일각에서는 부산시와 함께 영화도시라는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전주시가 입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한 자구책이거나, 공공기관의 실적 올리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하나의 이벤트로는 재밌을지 모르나 과연 영화와 관련한 지식을 계량화하여 측정하고 그에 대한 자격증을 부여하는 게 의미가 있겠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전주진흥원은 정식시험 전에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검정골든벨’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선착순 100명의 참가자를 받고, 마지막에 골든벨을 울린 참가자에게는 1급 영화전문사 자격증과 함께 특별상, 경품 등을 제공하는 것. 순수 참가자 외에 영화제를 찾은 감독과 배우 등을 참여시키는 것도 주최쪽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에 대해 주최쪽은 “1회이기 때문에 시험에 대한 인지도를 알리기 위한 행사일 뿐 본격적인 시험은 매우 엄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지식을 계량화해 측정할 수 있으며 측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주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이에 대해서는 주최쪽도 다소 무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김형석 팀장은 “이 시험의 목적은 일단 영화 마니아들에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컨셉은 매우 단순하다. 영화를 알면서 영화를 즐기자는 것이다. 다만 거기에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키네마준보>의 시험도 아직은 국가자격증시험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영화가 대중오락으로서의 관심도 높고 전주시 또한 영화제뿐만 아니라 촬영소가 들어서는 등 저변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제도적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과연 이 시험이 국가인증시험으로 승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5월에 처음 열릴 영화검정시험은 50문항이 출제돼 90점 이상은 1급, 80점 이상은 2급, 70점 이상은 3급으로 분류해 자격증이 수여될 계획이다. 하지만 2회부터는 급수마다 시험이 따로 치러질 예정이며 주최쪽은 전국의 영화영상 관련 분야에서 공부하고 있는 2만여명의 학생과 일반인, 영화 마니아들까지 합쳐 2만5천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대로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면 분명 영화 관련 종사자들의 이력서에는 ‘영화검정 1급, 공인기관 전주정보영상진흥원’이라는 문구가 명시될 것이다(3만원인 시험응시료와 1만원인 교재비가 아깝지 않다면 말이다). 하지만 영화제목과 배우 이름, 영화용어들을 달달 암기해놓은 것을 전문적인 능력으로 얼마나 인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계획만 보면 암기능력을 과시하고 밤새워 놀기 좋은 영퀴방 분위기임을 부인할 수 없다.

8문제를 다 맞춘다면 당신도 영화전문사

실제 시험에 출제될 문제 예제 8선

다음 문제는 전주정보영상진흥원이 제공한 영화검정시험의 예시문제다. 수준은 1급. 재미삼아 풀어보고 자신감이 생긴다면 실제 시험에 도전해봐도 좋을 것이다. 정답은 하단에 있다.

1. 다음 작품 중 실제 피아니스트를 모델로 제5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은 무엇인가? a)피아니스트 b)해상의 피아니스트 c)샤인 d)피아노레슨

2. 다음 영화 중 한국영화로서는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은? a)밀양 b)올드보이 c)취화선 d)사마리아

3. 다음은 할리우드가 낳은 대스타에 관해 설명한 것이다. 이 내용에 해당하는 배우는 누구인가?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태어났다. 스웨덴에서 왕립극장부설학교에 다니며 무대에 섰다. 1922년 백화점 점원이었다가 영화계에 데뷔, 1923년 <예스타 베를링의 전설>(The Story of Gosta Berling)의 주연으로 뽑혔다. 1925년 감독 모리츠 스틸레르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 MGM의 인기스타로 오랫동안 은막의 여왕으로 군림하였다. 우수(憂愁)를 머금은 듯한 미모와 그녀만의 독특한 대사톤, 쿨한 미모로 영화 팬을 매료시켰다. 그녀는 일찍이 36살 때 은퇴하여 뉴욕에서 은둔생활하다가 1990년 84살의 나이로 타계하였다. 무성영화시대의 대표작으로 <육체와 악마>(Flesh and the Devil, 1927), <안나 크리스티>(Anna Christie, 1930) 등이 있으며, 유성영화시대 이후의 대표 주연작으로 <마타하리>(Mata Hari, 1931),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1935), <춘희>(椿姬/Camille, 1936) <니노치카>(Ninotchka, 1939) 등이 있다. a)글로리아 스완슨 b)오드리 헵번 c)그레타 가르보 d)릴리언 기시

4. 다음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들이다. 이중에서 리메이크되지 않은 작품은 무엇인가? a)싸이코 b)다이얼 M을 돌려라 c)현기증 d)열차 안의 낯선 자들

5. 미국 아카데미상은 2007년까지 80회의 기나긴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영화 수상식 축제행사이다. 그 기념비적인 제1회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은 어느 것인가? a)거리의 천사 b)제7의 천국 c)선라이즈 d)날개

6. 영국 공포영화 감독의 작품에서 유래한 말로 자신의 작품경향을 설명할 때 ‘맥거핀’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그것이 영화용어로서 널리 알려진 서스펜스의 거장감독이 있다. 다음 중 이 감독이 창작한 작품을 고르시오. a)역마차 b)제3의 남자 c)오명 d)이브의 모든 것

7. 영화의 촬영기술 테크닉의 하나로 원형의 형태를 만들어 점차 그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화면 속의 어떤 물체나 인물만이 보이게 만드는 테크닉은 무엇인가? a)아이리스 b)디졸브 c)페이드 d)줌

8. 오슨 웰스 감독의 걸작으로 알려진 <시민 케인>은 신문왕으로서 유명한 윌리엄 하스트를 모델로 그린 작품이다. 극중에서 이 신문왕이 죽으면서 남긴 수수께끼 같은 유언은 무엇인지 영어로 표기하시오.

정답 1. (a) 2. (c) 3. (c) 4. (c) 5. (d) 6. (c) 7. (a) 8. Roseb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