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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의 영화와 음악을 라이브로 감상할 기회
박혜명 2008-03-05

마에스트로 칼 데이비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Hello! Chaplin’ Original Film Festival

<모던 타임즈>

찰리 채플린은 뛰어난 영화감독이자 각본가이자 제작자이자 배우이면서 동시에 영화음악가이기도 했다. 할리우드 무성영화 시대의 천재영화인 찰리 채플린은 75편의 연출작 가운데 17편의 영화음악을 직접 작곡했다. 즉 오케스트라를 직접 다뤘고, 때론 로맨틱하고(<시티 라이트>) 때로는 괴이한 듯 경쾌하며(<황금광 시대>) 때론 섬뜩한 오프닝을 선사하기도 했던(<모던 타임즈>) 선율의 관현악 악보를 직접 썼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황금광 시대>(1925), <서커스>(1928), <시티 라이트>(1931), <모던 타임즈>(1936), <위대한 독재자>(1940), <살인광 시대>(1947), <라임 라이트>(1952)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의 걸작 장편들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모두 채플린에 의해 쓰여진 것들이다.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이 권위나 영향력에 있어 요즘 시대만큼의 척도가 되지 않았을 때이긴 하지만 찰리 채플린은 생전에 여섯번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됐었는데 공로상에 두번, 각본상에 두번(<위대한 독재자> <살인광 시대>), 남우주연상에 한번(<위대한 독재자>) 그리고 작곡상에 한번(<라임라이트>)이었다. 이중 딱 한번 수상했던 상이 바로 작곡상이다.

영화음악가 찰리 채플린의 음악을 감독 겸 작가 겸 배우 찰리 채플린의 영화와 동시에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마에스트로 칼 데이비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Hello! Chaplin’ Original Film Festival” 행사가 그런 자리가 될 듯싶다. 3월14일(금)부터 16일(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찰리 채플린의 장편 3편과 단편 3편을 각각 두편씩 짝지어 3일간 영화 상영과 함께 채플린의 영화음악에 정통한 음악가 칼 데이비스의 지휘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상영작은 <황금광 시대> <시티 라이트> <모던 타임즈> 등 장편 3편과 <무대 뒤에서>(Behind The Scene, 1916), <치유>(The Cure, 1917), <모험>(The Adventure, 1917) 등 단편 3편을 합쳐 총 6편이다.

지휘를 맡은 칼 데이비스는 1936년 뉴욕 태생으로 스물다섯살 때 런던으로 건너간 뒤 지금까지 그곳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세계적 음악가다. 런던필하모니오케스트라, 뮌헨심포니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단의 지휘자를 거친 그는 방송이나 영화, 발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 활동을 펼쳤는데 그를 가장 대중적으로 알린 것 중 하나는 <전쟁 중의 세상>(The World at War) 등 1970년대에 방영됐던 <BBC>의 야심찬 TV시리즈물들. 칼 데이비스가 무성영화와 인연을 맺은 건 1980년대 <채널4>가 복원한 무성영화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음악 작업을 하면서였다. 채플린 영화들의 음악 작업도 그때 시작되었다. 2003년 11월 칼 데이비스는 런던에서 열린 찰리 채플린 축제에서 자신이 편곡한 채플린의 영화음악을 8편의 영화 상영과 함께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성공시켰고 그해 영국영화아카데미시상식(BAFTA)은 그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찰리 채플린 사망 30주기를 계기 삼아 채플린 영화음악 연주회 월드 투어 중인 칼 데이비스의 이번 국내 콘서트는 2003년 런던에서 성황을 이뤘던 콘서트 중 일부를 감상하게 될 자리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영화 상영과 동시에 영화음악 연주가 이뤄지는 감상 형태 자체는 이제 국내에서도 그리 특별한 건 아니다. 2004년 마이클 니먼도 내한공연에서 이런 형식을 꾸렸고, 올 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개막작 버스터 키튼의 <셜록 주니어>도 피아노 연주와 함께 상영됐었다. 이번 콘서트를 특별히 더 즐기고 싶다면 지휘자 칼 데이비스가 채플린의 음악을 어떻게 복구하고 해석했느냐에 맞추어도 좋을 듯싶다. 일례로 칼 데이비스는 <황금광 시대>의 영화음악을 작업하기 위해 1925년 오리지널 버전과 1942년 재편집 버전을 피아노 양쪽에 동시 틀어놓고 두 버전을 비교해가며 작업했다고 한다. 이 공연에 관한 자세한 정보 및 문의는 (주)유토스페이스(02-399-1114~6, 02-338-7836 www.sejongpac.or.kr, www.utospace.com)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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