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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계속되는 비극, 진실은 저 너머에
오정연 2008-03-13

아프가니스탄의 파슈툰족과 하자라족 사이의 갈등을 그린 <연을 쫓는 아이>를 둘러싼 현실

공산세력의 쿠데타, 소련의 침공, 무자헤딘의 저항, 탈레반 정권. 1970년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아프가니스탄의 가혹한 역사, 다수민족 파슈툰과 소수민족 하자라의 갈등을 두 소년을 통해 그린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슬픔 속에 저버릴 수 없는 희망을 담고 있다. 동명영화를 연출한 마크 포스터(<몬스터 볼>)는 ‘네버랜드를 꿈꾸었지만’(<네버랜드를 찾아서>), 현실은 ‘소설보다 낯설었다’(<스트레인저 댄 픽션>). 그저 아름답기만 한 영화 <연을 쫓는 아이>는, 이를 둘러싼 현실을 먼저 살펴야 하는 텍스트다.

1. 베스트셀러 원작, 누가 썼나

<연을 쫓는 아이>

<뉴욕타임스> 120주, 아마존 76주 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을 지킨 <연을 쫓는 아이>는 38살의 내과의 할레드 호세이니가 완성한 데뷔작이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나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이란과 카불, 파리를 옮겨다닌 그는 미국에 정착한 지 23년 만에 첫 소설을 완성했다. 누더기가 되어버린 고국을 향한 절절한 연서는 짧고 간결한 영어로 쓰여졌다. 파슈툰인인 그는 자신이 글을 가르쳤던 하자라족 하인과의 관계, 카불에서의 행복했던 유년기의 기억으로 행간을 따뜻하게 메웠고, 따라가기만 해도 발자국마다 핏방울이 흥건한 역사를 슬픈 동력으로 삼았다. 의사를 그만두고 2007년 출판한 두 번째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6주 동안 140만권이 팔려나갔다. <연을 쫓는 아이>와 비슷한 시기가 배경으로, 두 세대에 걸친 두 여인이 주인공이다. 영화 판권은 스콧 루딘에게 팔렸다. 최고의 작품이라는 수사가 오히려 부끄럽고, 흔한 신파라 싸잡기는 더욱 힘든 호세이니의 이야기에는 조국을 향한 뜨거운 애증과 안타까운 연민, 막막한 체념이 얽혀든다. 유엔난민국에서 NGO 활동 중인 그는 영화 <연을 쫓는 아이>의 마지막 장면, 공원에서 연을 파는 사내로 깜짝 출연했다.

2. 책과 영화, 왜 다른가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카슈가르, 중국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아미르가 카불을 탈출한 시점을 18살이 아닌 13살로 설정한 건 중요치 않다. 잘못 끼워진 것은 첫 번째 단추. 아미르가 샌프란시스코의 일상을 뒤로하고 카불의 전쟁터로 돌아가 버려두었던 친구 하산의 아들 소랍을 구출하는 것은 죄책감 때문이다. 30년 전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아미르의 분투가 죽을 고비를 넘기며 마무리되고, 희미한 속죄의 가능성이 엿보일 때 소설은 마무리된다. 파슈툰인에게 강간당하는 하자라인 친구를 내버려둔 원죄가 성장의 장애물이고 동력이다. 소랍 구출작전을 싸구려 액션물처럼 묘사한 영화에서 죄책감은 쉽게 잊혀지고 중심은 가족애에 실린다. 하산이 배다른 형제였음을 알게 된 뒤, 조카뻘인 소랍을 위해 전장으로 향하는 아미르는 평범한 가족주의에 경도된 전사일 뿐이다. 복잡한 소랍의 입양 절차와 이에 따른 처연한 비극을 생략한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소설 속 아미르가 그러했듯, 어디서부터 문제가 비롯됐는지를 알아야 모든 것을 바로잡는 법.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소설 속 대사를 그저 똑같이 반복한다고 말 못할 아픔까지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3. 영화를 둘러싼 분쟁, 진실은 저 너머에

2007년 11월 개봉을 앞두고 하산의 강간장면이 아프가니스탄 민족감정에 불을 붙일 우려가 제기됐다. 하자라족을 모욕하는 내용을 포함한 인도영화 <카불 익스프레스>의 상영을 금지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이 영화의 상영도 불허했지만, 불법 DVD가 흘러들어갈 경우 아미르와 하산, 소랍을 연기한 세 소년과 가족의 안전이 위험했다. 이들이 카불을 ‘탈출’할 시간을 벌기 위해 개봉이 미뤄졌다. 카불의 정치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은퇴한 CIA 요원을 파견했고, 워싱턴의 중동전문가를 불러들여 소년과 그 가족의 이주와 정착을 도왔다. 소년들은 미국행을 원하고 있음을 밝혔지만 아랍에미리트로 옮겨졌고, 얼마나 머무를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사는 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생활비 50만달러를 지급할 의사를 밝혔다. 이후 하산을 연기한 아마드 칸과 그 아버지가 촬영 직전까지 영화에 강간장면이 포함돼 있음을 알지 못했다며 제작진을 비난했고, 포스터 감독은 “그 장면을 두번에 걸쳐 리허설했고 그중 한번은 아버지도 참관했다. 촬영날 아침 아이가 울면서 바지를 벗지 않겠다고 말했고 나는 이를 수락했다”고 항변했다. 세 아역배우의 주급이 배우조합이 지정한 액수에 못 미친다는 의혹도 있었다. 감독은 <네버랜드를 찾아서> 때 영국 배우에게 지급한 것과 같은 액수였다고 주장했지만 양쪽이 밝힌 액수는 차이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아미르와 하산을 연기한 소년에 비해 소랍을 연기한 알리 다니시가 적은 금액을 지급받은 것을 두고, 아들의 출연료를 빚을 갚는 데 모두 써야 했던 알리의 아버지가 불만을 제기했다. 마크 포스터 감독은 현재 새로운 007 촬영에 매진 중이고 소년과 그 가족들의 행보는 잊혀졌다. 현실은 비루하고, 너무 많은 현실이 관여된 영화는 허구일 뿐이며,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영화사는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어디까지냐고? 누가 거기에 대해 대답할 수 있을까.” 일련의 분쟁에 대한 원작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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