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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한국 애니 신화창조, 가능한가?
강병진 2008-03-18

경기도, 극장용 애니메이션 위해 펀드 조성…제작부터 상영까지 일원화 프로젝트

“이제 한국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산업도 부흥의 시기를 맞이할 때가 됐다.” 지난 3월11일, 경기디지털콘텐트진흥원은 MK픽처스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돌또기와의 투자협약식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앞으로 경기도가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만화 등을 중심으로 직접 투자하는 1천억원 규모의 문화산업육성 투자자금 집행의 첫삽으로,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의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우수 프로젝트를 선발해 지원하는 것이다.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이 붙인 사업의 이름은 ‘신화창조 프로젝트’. 그동안 한국영화에 비해 비교적 관심 밖에 있던 애니메이션산업에서 이들은 어떤 신화의 가능성을 본 것일까.

신화창조 프로젝트의 첫 작품으로 선정된 MK픽쳐스와 오돌또기가 공동제작하는 <마당을 나온 암탉 - 잎싹>은 앞으로 7억원의 투자자원을 받게 된다. 이후 신화창조프로젝트는 상반기에는 3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200억을 조성하고, 하반기에는 5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구축해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TV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진흥원의 이사장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날 협약식 직후에 열린 간담회에서 ‘경기도는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 적극 진출하기 위해 연내에 200억 펀드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향후 5년동안 1,000억 규모의 문화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물론 대한민국의 수많은 지자체들이 문화산업에 관심을 가져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의 이번 프로젝트 또한 그런 트렌드의 반영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경기진흥원은 “기존의 단순 자금지원에 불과했던 다른 지자체의 프로젝트와 달리 신화창조프로젝트는 메이저 투자배급사와 함께해 성공확률을 높이고 사업 구조를 공기관이 주도함으로써 제작사의 단점을 공적기관이 보충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차이점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신화창조프로젝트의 방점은 어디까지나 ‘수익성’에 찍혀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자금을 투자해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동안의 전례로 볼 때 우리나라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수익성은 제로는커녕 마이너스에 가깝다. 하지만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김병헌 원장은 “지금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기”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진 CGI 기술은 어딜 내놔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동안에는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애니메이션 선진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맞장을 뜰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수익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과거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화제를 모은 <블루시걸>부터 최근의 <천년여우 여우비>까지 이어져온 일관된 평가는 ‘기술은 됐다. 그런데 볼 만하지는 않다’였고, 언제나 애니메이션의 기획부터 제작, 그리고 마케팅과 배급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체질 변화가 요구됐다. 김병헌 원장은 그동안 국내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외면받아온 이유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한국영화처럼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영화로서 볼 만하게 만들어줄 기획, 투자, 제작, 마케팅의 귀재들이 애니메이션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영화제작사인 MK픽처스와 함께한 배경 또한 같은 맥락이다. “영화는 영화로 접근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오세암>이나 <마리이야기>가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받는 등 작품성으로는 인정받았지만,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만약 영화쪽의 배급, 마케팅 노하우가 더해져 국내에서도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성공한다면 그 파급력은 예상보다 상당한 수준일 것이다.” 이같은 장밋빛 전망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경기진흥원이 마련한 전략은 “펀드의 재생산 구조를 만들기 위한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경기진흥원이 발표한 2008 신화창조프로젝트 계획안에 따르면, 경기도 내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및 경기도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제작사와 경기도 콘텐츠 전략기지에 위치한 제작센터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이후 배급, 마케팅을 일원화하는 라인업을 완성하여 제작부터 상영에 이르는 하나의 과정을 신화창조란 브랜드 밑에 구축한다. 공동 참여 및 공동 관리, 공동 배급을 통한 사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김병헌 원장은 “기획,제작, 투자, 배급, 유통, 해외수출까지는 영화계 인력이 맡고, 방송판권의 경우는 OBS 경인방송이 맡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지만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모델을 마련해 구체적으로는 HBO같은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한류산업은 애니메이션이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같은 전망에는 영화계의 참여 이전에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이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인 성과의 힘이 크다. 영화와 달리 국내시장만으로는 전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던 만큼 주문생산방식(OEM)이든 창작이든 합작이든 어쩔 수 없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12월에 열린 ‘한국애니메이션의 세계 진출 성공사례 발표 및 국내방송시장 개선방안 제고를 위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디자인스톰과 대원씨앤에이홀딩스이 제작한 <아이언키드>는 미국 네트워크 방영애니메이션 40개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완구 및 라이선싱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 밖에도 <뽀롱뽀롱 뽀로로>(오콘)는 전세계 81개국에 수출됐으며, <카드왕 믹스마스터>(KBS, (주)선우엔터테인먼트)와 <장금이의 꿈>(MBC, 손오공, 희원엔터테인먼트)은 각각 전세계 25개, 27개국에서 방영됐다.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출액과 한국영화의 수출액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애니메이션의 수출액이 더 높게 나타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애니메이션 산업백서 2007>에 따르면, 지난 2004년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의 수출액은 6176만5천달러를 기록했으며 이후 2005년에는 7842만9천달러로 상승했다가 2006년에는 6683만4천달러로 하락했다. 이에 비해 한국 영화산업의 수출액은 2004년에는 5828만4600달러, 2005년에는 7599만4580달러, 2006년에는 2451만4728달러로 나타났다(<2007 한국영화연감>, 영화진흥위원회 발간). 물론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의 특성상 OEM 방식의 수출이 상당수의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창작품 수출이 전부인 영화산업과는 비교에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해외에서 일궈온 성과는 국내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흥행에서 성공할 경우 문화산업적인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한국영화만큼 혹은 그 이상의 뒷심을 발휘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에서도 신화가 탄생할 수 있을까. 아직은 장밋빛 전망만이 가득하지만, 관심의 폭을 조금 더 확장해야 할 시기는 맞는 듯 해보인다.

“할리우드와 애니메이션의 실크로드를 잇겠다”

김병헌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원장 인터뷰

-1천억원 규모의 문화산업 육성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 =과거 부천에서도 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지원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기존 방식으로는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사람, 자금, 공간 등이 부족하더라.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기도 하고. 그래서 이곳으로 와서 지난해 보스턴창업투자랑 187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글로벌 프로젝트, 애니메이션 등을 위한 펀드다. 경기도나 김문수 도지사의 경우도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외자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1천억원 규모의 신화창조 프로젝트 또한 이러한 연장선에 있고, 기획부터 유통까지 아우르는 2020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한 로드맵 추진의 출발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문화콘텐츠 육성과 관련해 어떤 모델이 있나. =지난해 120일 정도를 해외로 돌았다. 사실상 충남이나 부산도 해외 파트너들을 유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공동제작을 추진하고 있지 않나. 우리의 경우 루카스필름 등을 유치한 싱가포르가 목표다. 연간 5개 기업 이상을 유치할 계획인데, 상하이보다는 우리가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유관 기업들을 아시아에 설립하기 위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지고 있고, 그런 할리우드와 실크로드 같은 커넥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국내시장으로는 문화콘텐츠가 자생할 수 없음은 자명한 것 아닌가. 게다가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테크니컬 슈퍼바이저들 중 재미한인들이 많은데 그들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이곳에 만든다고 보면 여러 가지로 이익이다. 과거처럼 우리쪽 콘텐츠 인력들이 하청 형태로 공동제작 계약을 맺는 것도 아니고.

-리스크가 큰 것 아닌가.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니 너무 위험하지 않나.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리 있겠나. 다만 모두들 주춤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발전소 개념을 떠올리면 된다. 과거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좀 아쉬웠던 것이 펀딩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작 인력들이 제작 기간 도중에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작품에 전념해야 할 사람들이 올인을 못하게 되니까 그걸 보면서 아쉬웠다. 제 역할에 올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외에 다른 문화콘텐츠 육성 계획이 있나. =아직 발표 단계는 아닌데 회당 10억원짜리 전쟁서사 드라마가 있고. 추진 중인 해외 합작영화 프로젝트 또한 있다. 스튜디오, 테마파크 등에까지 걸쳐 있는 워낙 방대한 계획이고 또 아직은 시작 단계여서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기도 또한 미국의 LA가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