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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를 안기는 사랑스러운 영화 <댄 인 러브>
최하나 2008-03-26

사랑의 떨림과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교차하는 따뜻한 로맨스

지역 신문에 가정 상담 칼럼을 기고하는 댄(스티브 카렐)은 4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세딸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열리는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딸들과 부모 집을 찾은 댄은 동네 서점에서 마리(줄리엣 비노쉬)를 만난다. 우연찮게 말을 섞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끼고, 마리는 댄에게 연락처를 남긴 채 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난다. 한껏 들떠서 돌아온 댄은 가족에게 서점에서 만난 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랑스레 꺼내놓지만, 이내 동생 미치(데인 쿡)가 데려온 여자친구가 마리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말을 잇지 못한다. 댄과 마리는 잠깐 동안의 설렘을 없었던 일로 하자고 약속하지만, 비밀을 간직한 채 함께 지내는 시간은 오히려 사랑의 감정을 부추겨놓는다.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형제. <댄 인 러브>의 설정은 쉽게 호감을 갖기 힘들 만큼 상투적인 삼각관계다. 하지만 영화가 익숙한 재료를 요리하는 레시피는 결코 따분하지 않다. <길버트 그레이프> <어바웃 어 보이>의 각본가이자 연출 데뷔작인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으로 호평받았던 피터 헤지스 감독은 세 사람의 뒤엉킨 관계에 한껏 무게를 실어 호르몬 과잉의 드라마를 강요하는 대신 사소하지만 반짝이는 떨림의 순간을 소박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포착한다. 당장 달려들어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모른 척 뒷모습을 힐끔거리고 질투심에 사로잡혀 팬케이크를 까맣게 태우는 정도의 매혹. 미묘한 밀고 당김의 드라마는 흘러넘치지 않는 선에서 기분 좋게 로맨스의 잔을 채운다. 삼각관계의 퍼즐을 더욱 흥미롭게 하는 것은 가족 모임이라는, 일견 잘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한 조각이다. 전형적인 로맨스가 보장되지 않는 공간. 두 남녀가 은밀한 시선을 교환하는 순간 바로 옆에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댄 인 러브>의 가족적인 활기는 봄볕처럼 따스하고 선량한 온기를 영화 전체에 불어넣는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드라마 <오피스> 등 차세대 코미디 주자로 입지를 굳힌 스티브 카렐은 특유의 유머감각을 뽐내는 대신 소심하고 순한 아버지의 역할을 차분하게 그려냈고, 이제는 눈가에 주름이 적잖이 잡힌 줄리엣 비노쉬 또한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입에 익지만 혀끝에 닿는 순간 여전히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요리처럼, <댄 인 러브>는 감탄보다는 미소를 안기는 사랑스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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