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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홍콩영화의 정취를 현대적으로 재연 <연의 황후>
오정연 2008-04-09

무협과 멜로, 홍콩영화의 두 가지 장기, 우아하게 맞붙다

원화평과 쌍벽을 이루는 무술감독 정소동이 오랜만에 감독으로 복귀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허술했던 할리우드 진출작 <벨리 오브 비스트> 이후 5년 만에 택한 연출작은 쇼브러더스의 황금기에 속했던 이한상 감독의 <강산미인>을 리메이크한 작품. 그의 첫 번째 대표작 <천녀유혼> 역시 이한상 감독의 오리지널을 리메이크한 결과였음을 떠올린다면 기대는 더해진다. 춘추전국시대, 주변 나라와 끊임없는 전쟁에 시달리던 연나라의 황제가 사망한 뒤 그 뒤를 잇게 된 공주 연비아(진혜림)를 중심으로,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세력을 견제하는 믿음직한 대장군 설호(견자단)와 암살단에 의해 부상당한 연비아를 보살펴준 망국(亡國)의 무사 난천(여명)의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어린 시절부터 연비아를 흠모했던 설호와 새롭게 연비아의 마음을 사로잡은 난천이 벌이는 애정의 삼각관계가 표면적인 갈등이라면, 몇 백대 일의 싸움에서도 물러섬이 없는 용맹한 무사 설호와 전쟁을 반대하여 은둔하는 난천이 각각 대표하는 무협과 멜로의 대결구도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관전 포인트다. 견자단과 여명이라는 배우의 장기를 100% 살릴 만한 포석이자 홍콩무협과 멜로, 각각의 오랜 팬들 모두에게 추억을 곱씹게 만들 만한 노련한 연출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사랑은 어여쁘고, 공주를 비호하는 충직한 무사의 고투는 우아하며, 각각의 결말은 각자의 방식으로 비장하다. <와호장룡> 이후 중국의 무협대작과 궤를 같이한다기보다 그 옛날 홍콩영화의 정취를 현대적으로 재연했다고 보는 편이 적당할 듯 보인다. 무엇을 기대했느냐에 따라 관객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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