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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영화의 유구한 전통 <톡투미>
주성철 2008-04-30

시대 재현 지수 ★★★★ 라디오 다시듣기 희망 지수 ★★★☆ 백인 출연 지수 ★

라디오 방송국 WOL의 PD 듀이(치웨텔 에지오포)는 교도소에 수감된 형의 면회장에서 우연히 교도소 최고의 인기 DJ 피티(돈 치들)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피티는 석방 뒤 막무가내로 듀이를 찾아가 라디오 DJ를 시켜달라며 방송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마침 새로운 DJ를 물색하던 듀이는 방송국장 손더링(마틴 신)까지 속이고 피티에게 기회를 준다. 문까지 꼭 걸어 잠근 채 방송을 시작한 피티는 울렁증에 시달리고 과격한 언사로 손더링을 괴롭게 하지만, 밀려오는 청취자들의 전화 연결 요구에 손더링은 피티의 DJ 자리를 보장한다. 지나치리만큼 솔직담백한 피티의 입담은 점점 최고의 청취율을 기록하며 사람들을 들썩이게 하고, 듀이의 꿈이었던 TV 토크쇼 출연까지 이루어진다. 하지만 라디오 방송국 마이크에 더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피티가 방송 사고를 내면서 둘은 갈라서고 만다.

<톡투미>는 <똑바로 살아라>(1989)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흑인영화의 유구한 전통 속에 자리해 있다. <똑바로 살아라>에서 DJ(새뮤얼 잭슨)가 그랬던 것처럼 피티 역시 흑인 청취자들을 향해 “깨어나!(Wake Up)”라고 외친다. 영화는 실제 라디오 DJ이자 행동주의자였던 랄프 왈도 피티 그린 주니어(1931~84)의 실화를 전기영화로 구성하면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과 그로 인한 폭동까지 다루며 역사성은 물론 흑인영화의 잊혀진 저항정신을 끌어안는다. 무엇보다 돈 치들이 거침없이 내뱉는 입담은 시원하다. <허슬 앤 플로우>(2005)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 <톡투미>는 현재 흑인영화의 지형도 안에서 아이스 큐브의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2002) 시리즈로 대표되는 코미디영화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웅변하는 것 같다.

실제 미국의 격변기 속에서 흑인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을 토로하며 흑인들의 자의식을 일깨워준 피티는 “사람들의,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을 위한 라디오”라며 링컨 대통령의 그 유명한 경구를 그대로 패러디하기까지 한다. 그런 점에서 <톡투미>는 빌 콘돈 감독의 말랑말랑한 <드림걸즈>(2006)와 여러모로 비교해볼 만한 영화다. 그래서 TV시리즈 <웨스트 윙> 속 바틀렛 대통령인 마틴 신을 방송국장으로 캐스팅해, 킹 목사의 죽음에 눈물 흘리게 만드는 장면도 꽤 의미심장하고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Tip 영화 속 피티 그린의 모습은 실화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영화 이후의 이야기를 하자면, 피티는 라디오뿐 아니라 방송까지 섭렵해 1970년대 두번의 에미상을 수상했다. 1984년에 암으로 사망했는데 약 2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2003년에는 그가 이야기 했던 내용을 가지고 <Ain’t a Damn Thing Funny>라는 책이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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