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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로맨틱코미디 <페넬로피>
박혜명 2008-05-14

명랑코미디 지수 ★★★ 남녀주인공 멜로 궁합 지수 ☆ 제임스 맥어보이 매력지수 ★★★★★

그녀의 얼굴은 돼지 얼굴이다. 페넬로피(크리스티나 리치)는 가문의 저주로 돼지코와 귀를 갖고 25년간 저택 안에 틀어박혀 살아왔다. 저주를 풀 길은 자신과 ‘같은 피’를 가진 인물에게 사랑받는 것. 그녀의 부모는 거액의 결혼지참금을 내걸고 딸과 ‘같은 피’인 귀족 출신 자제들을 불러모으지만 남자들은 도망친다. 도박에 절어 인생을 탕진 중인 맥스(제임스 맥어보이)는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에게 돈을 받고 신랑감 후보로 위장해 페넬로피에게 접근한다. 그는 돼지 얼굴의 여인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지만, 힘겹게 “나와 결혼해줘요!”라고 고백한 페넬로피를 거절하고 돌아선다. 이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페넬로피는 <슈렉>의 피오나 공주를 연상시킨다. 피오나 공주가 그랬던 것처럼 페넬로피는 흉한 가면을 본의 아니게 덧쓰게 되었지만 그것을 결국 자신의 일부로서 인정하게 된다. 다만 피오나 공주는 인정한 뒤에도 본래의 미모 대신 못생긴 채로 슈렉과 행복하게 동거하길 택하는 반면, 페넬로피는 본래 미모와 자신만의 멋진 왕자님을 모두 얻는다.

타인의 비판과 상관없는 자기애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모양새가 좀 이상해지긴 했어도 <페넬로피>는 나름 90분이 지루하지 않은 명랑 로맨틱코미디이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영화다. 그 이유는 어떤 연출력이나 스토리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못난 페넬로피를 사랑하는 주변 인물들 때문이다. 부산스럽지만 절실한 모성애의 대표 캐릭터 캐서린 오하라(<나홀로 집에>)와 근엄한 얼굴의 영국배우 리처드 E. 그랜트(<고스포드 파크>)가 페넬로피의 부모로 출연한 장면들은 거의 다 웃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거울 건너편에 모습을 감춘 페넬로피와 상냥히 웃고 이야기하는 흐트러진 머리칼과 셔츠 차림의 제임스 맥어보이는 <어톤먼트>의 로비 때와 또 다른 매력으로 영화를 보는 여성들의 시선을 남김없이 빨아들인다. <페넬로피>는 주걱턱 외모에도 불구하고 줄리아 로버츠의 뒤를 이어 할리우드 최고의 로맨틱코미디 스타로 부상한 리즈 위더스푼이 2006년 제작한 영화다. 위더스푼은 이 영화에서 마침내 도시 나들이를 나온 페넬로피를 편견없이 대하는 맘씨 좋은 여자 역으로 출연도 했다. 얼굴 예쁘고 입 거친 도시 오토바이족인데, 썩 어울리진 않는다.

TIP/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알 수 없으니 의문 갖지 말 것. 기이하게도 이 영화엔 영국 잉글랜드식 악센트와 미국 뉴욕 스타일의 악센트가 기준없이 뒤섞여 있다. 페넬로피에게 청혼하러 오는 남자들 대부분은 영국 악센트를 쓰며, 페넬로피와 그의 가족은 미국 악센트를 쓴다. 페넬로피가 대저택을 뛰쳐나와 바라보게 된 도시의 어느 고층빌딩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닮았으나 정확히 그건 아니다. 페넬로피가 사는 이곳은 뉴욕을 닮은 가상의 공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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