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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와 이웃사랑을 강조하는 ‘착한 영화’ <방울 토마토>
오정연 2008-05-28

주연배우들의 몸고생 지수 ★★★★ 그 고생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고생 지수 ★★★★ (의외의) 화장실 유머 시도 지수 ★★★★

박구(신구)는 이기적이고 퉁명스러우며 씩씩한 노인이다. 감옥과 가출을 밥먹듯 시도하는 아빠(김영호)가 간만에 선물한 방울 토마토 화분을 품고 잠이 드는 박구의 손녀 다성(김향기)의 되바라진 말투 역시 평범한 무구함과는 거리가 멀다. 다성의 아버지는 철거보상금이 담긴 통장과 함께 사라지고, 이웃들의 결사투쟁에도 불구하고 철거는 당연히 진행되며, 개발업자는 물론 이들의 항의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박구와 다성은 이 개발업자의 집이 비었음을 확인하고 먹을 것이 가득한 저택을 안식처 삼는다. 이들의 안식이 짧고 불안할 것임은 예상 가능한 기정 사실. 날은 추워지고, 눈이 나쁜 다성이 넘어지는 횟수도 잦아지며, 할아버지와 손녀를 향한 우리 사회 불특정 다수의 인심은 무심하고 모질다.

그러니까 <방울 토마토>는 철거촌 빈민을 배경으로 가족애와 이웃사랑을 강조하는, ‘착한 영화’의 전형이다. 공식은 다음과 같다. 한 숟갈의 유머와 두 숟갈의 현실비판과 세 숟갈의 신파. 이 공식의 최대 아이러니는, 이렇게 완성된 영화가 대개의 경우 알고보면 자신의 주인공들을 착취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빈민, 그중에서도 노인과 아이라는 우리 사회의 최약자들은 영화 속에서도 고달프기 그지없다. 무분별한 화장실 유머를 시도하고, 악랄한 수탈자 혹은 것만 번지르르한 중산층들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핍박을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부잣집 개의 밥을 먹거나 담배꽁초를 주워담는 것으로 관객의 눈물까지 유발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유머도 비판도 신파도 아니다. 비현실적인 이분법은 현실의 이분법에 속한 그 어떤 편에도 도움을 주지 못할 게 뻔하다. 값싼 동정과 휘발력 강한 분노만을 유발하는 게으름 탓에, 이들은 ‘두번 죽는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배우의 성실한 연기와 기본적인 부채의식을 지닌 캐릭터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안함에 몸둘 바를 모르겠는 관객의 마음도 힘들긴 매한가지. 최고급 고기만 먹는 개와 관련된 나름 중요한 플롯은 그중 최고다. 광우병 시대에 대한 흥미로운 반영으로 생각하고 싶은 성급함 역시, 그놈의 개는 한우만 먹는다는 설정에 풀이 죽는다. 아, 그게 아니라 광우병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되는 존재와 먹을 수밖에 없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으로 나뉘게 될 미래에 대한 고도의 비판인가. 어지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여러모로 쉽지 않다.

tip/ <방울 토마토>로 감독 데뷔한 정영배 감독은 KBS 모노다큐드라마 <인물한국사>와 SBS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기획연출하고, MBC 정은아의 <사랑은 아름다워>를 연출하는 등 방송 3사에서 10년 이상 두루 활동했고, 영화는 <방울 토마토> 이후 미개봉작 <산타마리아>를 연출했으며,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기획연출한 바 있는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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