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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의 무식함은 여전히 매력적 <강철중: 공공의 적1-1>
강병진 2008-06-18

금의환향 지수 ★★★ 청소년교육용비디오 지수 ★★★ 복부통증 지수 ★★★★★

“강철중, 많이 좋아졌다.” <공공의 적> 1편의 끝부분. 강철중의 뒤를 쫓던 감사실 직원은 마지막 녹음파일에 이렇게 말했다. 6년 만에 귀환한 강철중은 정말 많이 좋아진 상태다. “너는 그래도 뒷돈도 받아먹고 많이 해처먹지 않았냐”는 어머니의 말이 과거형인 것을 보면 지난 시간 동안 강철중에게는 팔아먹을 마약봉지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는 과일도, 만원짜리 한장을 찔러주는 속도위반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잉수사로 근신 중인 놈”이라는 반장의 핀잔을 미루어볼 때, 그의 괴팍한 성질만은 죽지 않은 듯싶다. <강철중: 공공의 적1-1>(이하 <강철중>)은 그처럼 성질은 죽지 않았으나, 좋게 살려다보니 빈궁해졌고 그래서 형사짓을 때려치우고픈 강철중(설경구)이 주인공이다. 1편에서 얼굴에 상처를 내고 도망간 범인을 잡으려다 부모를 죽인 살인마를 쫓게 된 그에게 이번에는 어린 학생들을 조폭으로 키우는 깡패 이원술(정재영)이 공명심을 일으킨다. 언제나 “이놈이 세상 마지막 깡패”라고 생각하는 강철중은 이원술을 은퇴작으로 삼고 폭주한다. 물론 진짜 은퇴작인지는 알 수 없다.

3편까지 온 시리즈로서 <강철중>이 새롭게 뽑은 카드는 장진과 정재영이다. 사악함 그 자체였던 전작의 악당들과 달리 정재영이 연기한 원술에게는 인간미와 비열함이 공존한다. 소년들에게 깡패로서의 자세를 호령하다가도,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원술은 분명 장진의 인물이다. 하지만 직설적인 대사와 연출은 <강철중>이 강우석 감독의 영화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원술이 아무리 매력적인 악당이어도 그의 영화에서 깡패는 나쁜 놈이고, 형사는 착한 놈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세계에 있는 두 감독의 취향은 종종 엇나간 조화를 이룬다. 선이 강했던 전작의 매력은 흐릿해졌고 조연들의 유머는 때로 과장되며 불량소년들을 향한 훈계는 감상적이다. 하지만 머리보다는 몸이 앞서고, 깡패를 잡을 생각보다는 죽일 생각을 먼저하는 강철중의 무식함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간만에 돌아온 동네 형은 기운이 쇠했지만, 하찮지는 않다.

TIP/ 1편에서 전과범 과일장수에게 과일을 상납받던 철중은 이제 직접 과일을 산다. 극중에서 철중이 과일을 사는 슈퍼는 1편에서 생수병을 바꿔가며 더위를 식히다 가게주인(전수경)에게 욕을 먹던 그곳이다. 또한 철중이 칼을 맞는 골목길은 1편에서 조규환(이성재)과 철중이 빗속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을 찍은 골목길과 바로 붙은 곳이다. 제작진은 1편에서 철중이 살고 있던 집도 그대로 사용하고 싶었으나, 이미 철거된 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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