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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머신처럼 단순한 블랙잭의 세계 <21>
문석 2008-06-18

따라하지 마시오 지수 ★★★★ 실화 충실도 ★☆ 김새는 결말 지수 ★★★☆

“하버드 의대 학비 30만달러를 벌 때까지만 블랙잭을 하겠다”는 벤 캠벨(짐 스터지스)의 약속은 “누나 돈을 갚을 때까지만 화투를 치겠다”던 <타짜> 속 고니의 다짐만큼이나 어이없다. <21>은 MIT 졸업반인 천재 벤과 동료들이 ‘카드 카운팅’(딜러가 뽑은 카드패의 숫자를 합산해 앞으로 나올 패를 예측하는 도박 기법) 기술로 라스베이거스의 블랙잭 판을 휩쓸다 파멸한 뒤 복수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이 영화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블랙잭과 카드 카운팅의 세계를 과감하게 생략하는 대신, 이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타짜>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3장구조로 이뤄진 이 영화의 1장은 벤이 MIT 교수 미키(케빈 스페이시)를 만나 블랙잭을 익히고 라스베이거스를 ‘정복’하는 이야기로 꾸며진다. 2장에서 벤은 점차 탐욕의 세계로 빠져들고, 한순간의 실수는 그를 파멸로 이끈다. 자신을 배신한 미키에 의해 그가 처절하게 망가지는 과정 뒤에는 벤의 설욕전이라는 3장이 펼쳐진다.

하지만 <타짜>와 달리 이 영화는 1장에서 장점을 소진하고 만다. 수학과 로봇 만들기 외에는 아는 게 없었던 한 순수한 청년이 자신의 뛰어난 두뇌를 이용해 성공이라는 봉우리를 오르는 대목은 (카드 카운팅 기술이) 이해되지는 않아도 흥미롭다. 대니 오션 일당만큼은 아니어도 벤을 비롯한 MIT팀이 악독한 카지노를 골탕먹이는 과정은 매끄럽고 기발하다. 하지만 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그의 몰락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급속히 지루한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미키가 벤이 짜놓은 어설픈 복수극 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는 허술한 플래시백과 납득하기 힘든 결말 속에서 시계만 쳐다보게 한다. <금발이 너무해>의 로버트 루케틱 감독은 다이내믹한 블랙잭의 세계를 슬롯머신을 ‘땡기듯’ 단순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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