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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파커 사건 뮤지컬화 <카니발 더 뮤지컬>
정재혁 2008-08-13

휴머니즘 지수★★★ 꼬마 배우 연기력 지수★★★ 어디서 많이 본 지수 ★★★★

1983년 콜로라도. 네명의 남자는 금광이 있다는 소리에 산길을 오른다. 알프레드 파커는 콜로라도 출신이란 이유로 길잡이가 됐고, 그까지 포함해 다섯 남자는 로키산맥을 따라 길을 떠난다. 하지만 한겨울 산세가 험한 여정은 평탄하지 않다. 걸어도 걸어도 계속 눈밭이고 식량은 다 떨어졌다. 심지어 다섯의 사이도 나빠져 말다툼과 주먹다짐이 오간다. 결국 눈싸람을 만들고 놀자며 방방 뛰던 스완은 다른 멤버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머뭇거리다 조용히 지나가던 양을 놓친 대신 얼떨결에 사람 고기를 얻은 네 남자. 이들은 인육을 먹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여행을 계속한다.

<사우스 파크>를 만들었던 트레이 파커의 제작, 각본, 연출, 출연작인 <카니발 더 뮤지컬>은 1983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알프레드 파커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미국 희대의 식인 사건이라 불리며 세계를 소란에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이후 몇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트레이 파커는 이를 뮤지컬 형식의 회고담으로 완성했다. 영화는 한 남자가 이로 누군가의 팔을 물어뜯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재판 당시 검사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긴 것이다. 영화는 이후 살인과 식인 혐의로 재판장에 선 파커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준 여자 미스 프라이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대목으로 이어지고, 파커와 프라이의 대화, 파커의 산속 여정을 오가며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식인과 살인, 그리고 사형. 트레이 파커는 선정적인 헤드라인을 들춰내고 우리 사회가 현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그려낸다.

이제는 B급영화의 대표적인 제작사가 된 트로마의 작품답게 <뮤지컬 더 카니발>은 엽기적이고 섬뜩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이미 도끼로 찍은 얼굴에 나무 꼬챙이를 꽂고, 총을 쏘며, 낫을 휘두르는 건 기본이고 손의 모양이 그대로 남은 팔뚝을 아무렇지도 않게 쥐고 뜯어먹는다. 트레이 파커는 충격적인 이미지를 냉소적인 유머와 뒤섞으며 영화를 발칙한 톤으로 만들었다. 특히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뮤지컬장면과 음악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편집은 잔인한 장면도 조금은 보기 편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1996년 영화가 공개됐을 당시 미국에선 대다수 배급사와 영화제가 영화가 몹시 잔혹하다며 상영 거부 운동을 벌였다.

Tip/<카니발 더 뮤지컬>에는 <사우스 파크>의 명콤비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의 모습이 모두 있다. 트레이 파커는 주인공 알프레드 파커를 연기했고, 맷 스톤은 황금을 찾아 떠난 원정대의 일원 제임스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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