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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전설적 뮤지션의 초상
강병진 2008-08-14

밥 말리, 아니타 오데이, 딘 리드 등 음악가의 삶 다룬 뮤직 인 사이트 섹션

음악영화제가 뮤지션의 인생담을 제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의 삶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다. 화려한 영광과 쓸쓸한 추락이 공존하고, 뿌리치기 힘든 유혹과 경쟁의 드라마가 있다. 그들의 히트곡을 연달아 들을 수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영화들이 가진 매력이다. 제천영화제가 마련한 ‘뮤직 인 사이트’ 섹션은 음악을 통해 한 뮤지션의 삶을 엿보고, 여러 음악 문화들을 탐방하는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설적인 레게 뮤지션 밥 말리를 비롯해, 재즈 가수 아니타 오데이, 동구권의 팝스타인 딘 리드의 삶과 음악을 고찰하는 영화들이 소개된다.

<밥 말리에게 바침>

지난 20005년 2월7일은 밥 말리의 탄생 60주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전세계에서 모인 약 35만명의 팬들과 레게 뮤지션들, 그리고 생전에 밥 말리가 추종한 자메이카의 종교운동 ‘라스타파리안’의 신자들은 이날 에티오피아에서 그의 탄생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었다. 다큐멘터리 <밥 말리에게 바침>은 이 축제의 모습들을 담는 한편, 이날 달려온 사람들과 밥 말리의 부인 리타 말리의 이야기를 듣는다. 리타 말리는 콘서트장에서 모인 군중을 향해 “이 축제는 내 뜻이 아니라 밥 말리의 뜻”이라고 외치고 밥 말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종교적, 정치적, 음악적인 이유로 그를 추모한다. 하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것은 아프리카는 하나라는 인식이다. <밥 말리에게 바침>이 밥 말리를 구심점으로 하나의 아프리카를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이번 상영작 가운데 또 다른 밥 말리 영화인 <밥 말리: 엑소더스 77>은 밥 말리를 소재로 한 실험영화다. 1977년부터의 자료화면과 이미지, 그의 음악들이 노래의 가사와 맞물려 새로운 밥 말리를 재구성한다. 또 <밥 말리: 엑소더스 77>은 헌정의 의미로 제작된 여타의 뮤지션 다큐멘터리와 달리 당시의 공기를 담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밥 말리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뮤지션의 이야기를 재연이 아닌 재구성으로 볼 수 있는 점에서 <아니타 오데이: 재즈 가수의 일생> 또한 친밀한 감동이 느껴지는 다큐멘터리다. 자유분방한 멜로디와 스캣으로 재즈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아니타 오데이는 1950,60년대 미국 보컬 재즈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일명 ‘재즈계의 요부’(Jezebel of Jazz)로 불렸던 그녀는 <Sing, Sing, Sing> <Sweet Georgia Brown> 등의 명곡을 남기는 한편, 약물중독으로 병원과 교도소를 오가기도 했다. 그녀의 가장 드라마틱한 사연은 7살 때 편도선을 잘라낸 것을 극복한 것이다. 편도선 절제는 재즈 가수에게는 필수적인 비브라토를 불가능하게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 장애를 고유한 창법을 개발하는 것으로 이겨냈다. <아니타 오데이: 재즈 가수의 일생>은 70여년에 걸친 그녀의 노래인생을 신작 음반을 준비하던 녹음현장을 비롯해 무대 뒤의 모습, 진 크루파, 스탠 켄턴, 루이 암스트롱과 함께했던 공연장면 등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던 장면들로 구성한다. 아니타 오데이의 인생을 상세하게 정리한 전기 다큐멘터리다.

<레드 엘비스: 동독의 딘 리드>

앞의 두 작품이 이미 세상을 떠난 뮤지션들을 향한 추모의 의미가 강하다면, <레드 엘비스: 동독의 딘 리드>는 한 가수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담아낸다. 뮤지션들이 죽은 원인이 일반인과 크게 다를 리 없다. 커트 코베인은 자살했고, 리치 발렌스는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 이런 뜻밖의 죽음은 뮤지션의 삶을 신화로 만든다. 하지만 냉전 시기의 세계적인 팝가수였던 딘 리드의 죽음은 정치적인 논쟁을 낳았다. 가수이자 배우였던 딘 리드는 18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13장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사회주의운동에 썼다. 동구권과 남미에서 최고의 스타였던 그는 지난 1986년 6월17일 동베를린의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됐는데, 그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정치적인 타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레드 엘비스>는 그를 추억하는 팬과 주변 인물의 증언을 녹취하면서 죽음의 이면을 파헤친다. 한때 톰 행크스가 영화화하려 했을 만큼, 영화적인 드라마들이 많은 소재지만 <레드 엘비스>는 딘 리드의 죽음을 단순히 흥밋거리로 다루지 않는 점에서 진실한 태도가 엿보이는 다큐멘터리다. 이 밖에도 이번 제천영화제에서는 탱고의 거장 로돌포 메데로스의 음악세계를 좇은 다큐멘터리 <로돌포 메데로스와 탱고를>을 비롯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 연주자들이 모여 협연을 펼치는 <마에스트로: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 그리고 자신들의 나라에서 전문적인 힙합 콘서트를 열려는 모로코의 힙합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모로코 힙합 페스티벌>이 뮤직 인 사이트 섹션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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