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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소통하고 사랑하는 방법 <스마트 피플>
김성훈 2008-08-20

엘렌 페이지 성장 지수 ★★★☆ 연기 앙상블 지수 ★★★☆ 왕따 경고 지수 ★★★★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정작 본인에게는 문제가 없는 줄 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 로렌스(데니스 퀘이드)와 그의 딸 천재 괴짜소녀 바네사(엘렌 페이지)도 그렇다. 로렌스는 죽은 아내와의 추억 때문에 운전석 옆자리에는 앉지 않는가 하면 수업시간에는 오로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끝낸다. 그러면서도 늘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비정상이야”라는 불평을 입에 달고 산다. 깐깐하기로 따지자면 그의 딸 바네사도 만만치가 않다. 아버지 로렌스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알려온 전화에 다음날 시험(SAT)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고는 <주노>에서 보여준 그 무심하고 까칠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전화를 끊는다. 오로지 공부만 할 줄 알고, 학교에서는 친구가 없어 혼자 밥을 먹는 바네사. 이처럼 자기밖에 모르는 부녀 앞에 여의사 자넷(사라 제시카 파커)과 친구 같은 삼촌 척(토머스 헤이든 처치)이 등장한다.

<스마트 피플>은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잘 활용할 줄 안다. 학교 주차장 담장을 넘다가 떨어져 병원에 입원한 로렌스. 그의 앞에 자신의 옛 제자 자넷이 담당의가 돼 나타난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둘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영화의 또 다른 한축, 바네사와 척. 삼촌 척은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조카 바네사에게 세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경험해주고자 한다. 영화는 로렌스와 자넷의 로맨틱코미디로 풀어나가다가도 장르의 관습에 빠질라치면 바로 바네사와 척의 드라마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가령, 로렌스와 자넷의 첫 데이트에서 로렌스는 자넷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향은 어디인지와 같은 상대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은 채 자신이 좋아하는 빅토리안 문학만을 장장 45분 동안 말한다. 당연히 첫 데이트의 결과는 실패. 로렌스가 집에 돌아와 그 일을 딸 바네사와 동생 척에게 이야기하면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바네사와 척의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식이다. 이런 장르 활용을 보고 있으면 지루해질 틈이 없다. 그리고 감독은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자신밖에 모르는 부녀 로렌스와 바네사가 다른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모습을 강조한다. 나아가 관객들에게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지 한번 되돌아보기를 권한다.

tip/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장르인 만큼 그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무엇보다 국내 팬들은 <주노>의 엘렌 페이지가 나온 신작인 점에서 반가울 것이다. 갈수록 표정에 여유가 보이고, 상대역에 따라 자신의 캐릭터를 유기적으로 활용할 줄 안다. 특히 대학 합격장을 받고 ‘얏호’하는 표정이 압권이다. 이런 그녀의 성장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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