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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시대에서의 노동의 의미 <안녕? 허대짜수짜님!>
정재혁 2008-08-20

오락 지수 ★ 현실반영 지수 ★★★★ 반MB 지수 ★★★

현대자동자노동조합 대의원인 허대수씨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회사가 공장에 신차를 투입하면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고 그에 의해 생산직 노동자 200명이 해고될 지경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인원 감축에 반대하는 천막 농성에 들어갔고 허대수씨는 회사와 밀고 당기는 싸움을 시작했다. 몇달 뒤, 회사는 노동조합쪽에 합의안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비정규직 노동자 20명을 해고하는 선에서 파업을 멈춰달라는 것. 허대수씨는 어쩔 수 없이 사쪽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에게 “변했다”며 손가락질을 한다. 이름부터 특이한 영화 <안녕? 허대짜수짜님!>은 20년간 노동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첫 극영화다.

영화는 노동현장의 현실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자, 신자유주의 시대에서의 노동의 의미를 묻는다. 지난 수십년간 노동운동을 열심히 해온 허대수씨지만 그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과 목소리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는 단 한명의 노동자도 해고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가족을 등 뒤에 둔 위치에선 몸을 사리는 협조주의자가 되고 만다. 줄거리는 그동안 노동현장을 설명해온 담론들을 그대로 따르듯 지극히 도식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뉘면서 노동자의 단결이란 명제에 물음표가 생겼고, 자본의 논리에 이끌리듯 삶을 살아온 노동자들은 노동 이외의 삶의 가치와 마주하며 고민한다. 허대수씨 역시 딸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신랑감으로 데려오자 당황해한다. 노동하는 자는 모두 다 동일하다고 굳게 믿었지만 딸에 대한 애정과 현실이란 냉정한 벽 앞에선 그 신념도 무너진다. 영화는 시작과 마지막을 어린아이의 내레이션으로 밝게 포장하지만 그 안에 담긴 영화의 현실은 전혀 긍정적이지 못하다.

노동자들이 직접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 출연한 영화 <안녕? 허대짜수짜님!>은 여러모로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어색한 대사톤이나 카메라의 지나치게 단순한 앵글, 장면을 이어붙이는 수준의 편집은 단조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현실에 평등과 노동의 자유를 외친 우직한 영화이기도 하다. 만듦새는 조금 부족하지만 성장 외에는 모두 무시되는 최근 국내 정세 속에서 <안녕? 허대짜수짜님!>은 충분히 관람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TIP/ 영화의 제작사 그리고 필름 앤 드라마는 노동자뉴스제작단이 만든 극영화 제작사다. 흔히 노뉴단이라 불리는 노동자뉴스제작단은 1989년 설립된 단체로 <노동자 뉴스 1호> <이중의 적> <필승 ver1.0 주봉희> 등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태준식, 이지영 감독 등이 활동했으며, 매년 10월에 서울국제노동영화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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