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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의 ‘원맨쑈’ <울학교 이티>
이주현 2008-09-10

코미디 혼란 지수 ★★ 이한위 애드리브 지수 ★★★ 김수로 열연 및 열강(열정적 강의) 지수 ★★★★

무대는 강남의 영문고, 주연은 영문고 체육선생 천성근(김수로)이다. 모든 이야기는 천성근에서 시작해서 천성근으로 모인다. 가진 것은 체력뿐인 천성근. 엉덩이가 의자에 눌어붙도록 책만 보는 운동부족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불러모아 ‘열공’(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공 차자)을 외치게 한다. 학생들의 수학 문제 풀이는 도와주지 못해도 당구장에서 탈선하는 학생들, 가출한 학생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만드는 재주는 지녔다. 물론 학생들의 싸움질을 룰이 있는 ‘시합’으로 만들어 심판비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철밥통 체육선생 자리가 극성스런 학부모들의 ‘무식한 체육교사는 물러나고, 영어시간 늘려달라’는 요구에 사라질 판이다. 운동장에서 뛰고 구르던 체육선생에게 영어선생으로 보직 변경을 하라는 것은 사실상 학교를 나가라는 말. 하지만 그에게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10년 전 짝사랑을 따라 따놓은 영어교사 자격증이 그것. 굳은 혀와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되돌려야 하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천성근의 무서운 체력과 제자들의 응원이 합해져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울학교 이티>는 비주류 교과목 선생의 비애, 입시학원이 되어버린 학교 현장, 치열한 입시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의 이야기를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꾹꾹 눌러담는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캐릭터는 다소 전형적이다. 주먹 한번 잘못 놀려 애들 이를 하나 부러뜨리기라도 하면 전세 빼서 월세 가야 하는 백정구(백성현)는 천성근의 지도로 복싱을 배워 주먹을 날리고, 전교 일등 한송이(박보영)는 전교 일등답지 않게 똑똑한데다 늘 솔선수범하며 타의 모범이 된다. 부티 나는 외모에 가난을 숨겨보지만 고액과외로 점수 따는 친구들 따라잡기가 힘들어 몸을 팔아 보려 하지만 세상의 쓴맛만 보게 되는 이은실(문채원), 돈도 많고 싸움도 잘하고 얼굴도 훈훈해서 공부할 필요가 없는 전교 꼴등 오상훈(이민호). 이들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지만 식상하다. 문제의식을 의식한 듯한 박광춘 감독의 어조도 때때로 감정 몰입을 방해한다. 오히려 힘을 빼고 찍은 듯 보이는 장면에서 소소한 웃음들이 터져나온다. 무엇보다 천성근을 연기한 김수로는 영화의 기둥으로서 든든하게 중심을 잡는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조차 억지스럽지 않게 연기하는 그의 ‘원맨쑈’는 충분히 구경할 만하다.

tip/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E.T는 “The Extra Terrestrial”의 약칭, 즉 지구 밖의 생명체, 외계인을 말한다. <울학교 이티>의 E.T는 “English Teacher”의 줄임말인 동시에 “외계인 E.T처럼 독특하고 괴짜스러운 선생’ 천성근을 지칭한다. 결국 체육선생에서 영어선생이 되는 천성근의 별명으로는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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