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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으로> 리메이크작 <미러>
김도훈 2008-09-17

오리지널 능가 지수 ★★★ 그래봐야 별수없수 지수 ★★★ 그래도 가끔은 후덜덜 지수 ★★★

<미러>의 장점은 <거울속으로>의 리메이크라는 것이다. 오리지널보다 못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미러>의 단점은 <거울속으로>의 리메이크라는 것이다. 아무리 애써봐야 오리지널의 이야기 구조에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키퍼 서덜런드는 동료 경찰들을 실수로 살해한 트라우마로 가족과 헤어지고 누이와 살아가는 전직 형사 벤 카슨을 연기한다. 벤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애쓰다가 하필 찾아낸 직장은 화재로 폐허가 된 백화점 야간 경비다. 문제는 거울들이다. 무시무시한 화재를 겪었음에도 영롱하게 빛나는 거울들은 벤의 가족을 인질로 붙잡고는 ‘에세커’라는 인물을 찾아오라고 명한다.

<익스텐션> <언덕이 보고 있다>의 호러 신동 알렉상드르 아야가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기 전 <거울속으로>를 보며 토로했던 말을 상기해보자. “캐릭터, 스토리, 공포에 연결점이 없다.” 정확한 말이다. 김성호의 <거울속으로>는 거울에 관한 상투적인 개념만 존재하고 정작 개념을 장르 속에서 풀어가는 능력은 부족한 영화였다. 아야가 발전시킨 시나리오에도 별건 없다. 그가 참고한 건 미국판 <링>의 성공사례다. 초자연적인 원혼의 복수극과 미국식 추리스릴러의 얼개를 어찌어찌 한번 짜맞춰보겠다는 거다. 그러나 <미러>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닌 이야기다. <미러>는 오로지 거울만을 이용해서 관객의 명치를 찔러야 하는 영화지만 거울의 상이 실체를 공격한다는 개념은 반복될수록 효과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재능있는 알렉상드르 아야는 제 몫을 다해보겠노라 고군분투한다. 후반부 2층 주택에서 벌어지는 거울의 공격 시퀀스는 꽤 성공적이다. 관객의 목을 조르는 듯한 긴장감이 딱 <익스텐션>의 2층 주택 학살 시퀀스를 연상시킨다. 제 손으로 자기 주둥이를 찢어발겨 자살하는 여동생 살해장면은 분명 고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까 교훈은 딱 하나다. 제발 원혼으로 가득한 아시아 호러영화 리메이크에 빌붙어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는 거다. 아시아 호러영화는 유통기한이 지났다.

tip/거울을 이용한 가장 무시무시한 장면을 보고 싶다면 <폴터가이스트>와 <돌로레스 클레이븐>을 보시라. 두 영화의 거울장면이 무서운 이유는 영화에서 딱 한번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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