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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류층 여성들의 번드르르하고 추문 가득한 삶 <내 친구의 사생활>
박성렬 2008-10-08

갱년기 지수 ★★★★ 대놓고 된장질 지수 ★★★★ 연기 앙상블 지수 ★★★★

영화의 시작과 끝은 영화에 대해 꽤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오프닝에서 행인들의 하체만 클로즈업한 뒤 ‘진퉁’ 명품백과 높은 하이힐로 운을 떼고 시작하는 <내 친구의 사생활>은 자유의 여신상으로 엔딩 크레딧을 장식한다. 아닌 게 아니라 <내 친구의 사생활>은 미국 상류층 여성들의 번드르르하고 추문 가득한 삶을 다루는 영화다.

상류층 여성들의 삶은 언제나 수다로 뜨겁다. 주인공인 메리 헤인스(멕 라이언)는 유명하고 부유한 남편과 함께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사는 유한계급의 여성이다. 그녀의 친구인 실비(아네트 베닝)는 유명한 잡지사의 편집장이고, 알렉스(제이다 핀켓 스미스) 역시 유명한 수필가다. 이들은 임신 중독에 시달리는 에디(데브라 메싱)와 함께 걸쭉한 수다를 늘어놓으며 의리와 우정을 키워간다. 영화는 이 여성들의 다툼과 화해, 거듭남을 그리고 있다. 수동적인 여인 메리는 한 여직원과의 수다에서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다. 메리의 바람맞은 소식을 퍼뜨리던 실비는 결국 메리에게 절교를 당한다. 엄마와의 수다로 용기를 얻은 메리는 진취적인 여성으로 거듭나 남편의 마음을 되찾고, 실비는 수다로 정을 나누며 메리와 화해한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역시 수다가 있다.

도도한 여성들의 쉴 틈 없는 수다와 명품으로 꾸민 패션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네 명의 가까운 친구들을 다루고, 한 명은 애딸린 유부녀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으며, 또 한 명은 성공한 직업여성이고, 나머지 한 명은 레즈비언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라고 하며 <섹스 앤 더 시티>와의 유사성을 언급했다. 너무나 비슷한 작품인 <섹스 앤 더 시티>와의 비교를 피해갈 수 없는 영화지만, 완성된 여배우의 원숙한 연기만큼은 훌륭한 볼거리다. 아네트 베닝의 새침한 편집장 역은 메릴 스트립의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생각나게 하고, 멕 라이언의 털털한 아줌마 연기에는 얼마전 세상을 달리한 최진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tip / 영화의 원작은 1936년 클레어 부스 루스의 연극 <여인들>이다. 연극은 1939년에 이미 영화로 한 차례 만들어졌는데,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조지 쿠커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노마 셰어러, 조안 크로포드, 로잘린드 러셀 등 명배우들의 연기가 빛난 영화였다. 영화의 성공과 함께 대단한 관심을 얻게 된 원작은 1956년에 뮤지컬로 만들어졌고, 70년대 후반에는 제인 폰다,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페이 더너웨이를 캐스팅하여 다시 영화화를 시도하려다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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