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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봅시다] 은둔형 외톨이를 세상 밖으로 안내하기
이다혜 2008-10-22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처럼 히키코모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작품들

옴니버스영화 <도쿄!>에서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흔들리는 도쿄>는 은둔형 외톨이인 남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다.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그가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바로 피자배달부. 결국 그는 사랑을 위해 집 밖으로 나서게 된다. 은둔형 외톨이가 등교 거부와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일본에서는 이 문제를 다룬 소설과 만화, 그리고 드라마를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은둔형 외톨이를 세상 속으로 끌어내고자 고심하는 사랑, 우정,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들을 찾아보았다.

1.<안녕! 절망선생>

만사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선생님과 독특한 학생들의 이야기. 이토시키 노조무(系色望)라는 이름부터 절망(絶望)과 닮아 있는 일명 절망선생의 학생 중에는 초긍정적인 후우라 카후카도 있지만 은둔형 외톨이인 코모리 키리도 있다. 코모리 키리라는 이름부터가 ‘틀어박힌 채’라는 뜻. 방에 틀어박혀 등교를 거부한다. “절망했다!”라는 말버릇을 가진 이토시키 노조무 선생은 긍정의 화신인 카후카와 힘을 합해 키리를 방에서 끌어내 학교에 등교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학교에 틀어박혀 하교하지 않는 부(不)하교 소녀로 변신한다. 학교에 있긴 하지만 학교에서 히키코모리의 생활을 이어가, 숙직실, 과학실, 소방전과 같은 학교 구석구석에서 숨어지낸다. <안녕! 절망선생>에는 스토커, 이중인격자, 불법체류자(겸 불법입학 학생), 독설 메일을 쓰는 학생 등 다양한 문제학생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인물이 비관적 태도를 지닌 선생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만화가 인기를 끌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2.<캣 스트릿>

소녀 케이토는 유명한 아역배우였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에 앞서 카메라 앞에서 웃는 법을 익힌 케이토는 유일한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뒤 방 안에 틀어박힌다. 9살 나이에 맛본 인생의 절정, 16살이 된 케이토는 그저 ‘여생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7년간 등교 거부를 하며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던 케이토 앞에 한 선생이 나타난다. 그는 일반 학교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스쿨의 교장. 케이토는 방 밖으로, 또래 친구들 속으로 나서게 된다. <불량공주 모모코>의 모모코를 연상시키는 롤리타 룩의 신봉자, 너무 아이큐가 높은 천재를 비롯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제목 ‘캣 스트릿’은 도둑고양이들끼리 모이는 밤의 집회 장소를 뜻한다. 일본과 대만에 이어 한국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될 베스트셀러 순정만화 <꽃보다 남자>의 가미오 요코 만화이며, 올 여름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3.<콘센트>

다구치 란디의 <콘센트>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다가 마치 방전되듯 세상을 떠나버린 오빠를 둔 유키의 이야기다. 타인의 감정에 감응하기 쉽고 거기에 쉽게 적응해버리는 사람을 ‘콘센트’라고 부른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운영체제를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블라인드를 내려 주변과 자신을 격리시켜 마치 콘센트를 뽑아버린 듯한 상태가 되고, 그 일은 결국 한 개인의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 세상에의 감응 방식을 컴퓨터 운영체제에 빗대 정체성 상실, 가족 붕괴, 단절된 인간관계로 고통받는 현대인의 정신상태를 진단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정신과 세계의 단절’이라는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 이야기는 <안테나>와 <모자이크>로 이어지는 3부작으로 완성되었다. 무라카미 류가 “지난 10년간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격찬했다.

4.<천사의 프라이팬>

일본은 음식만화의 천국이다. <맛의 달인>처럼 아예 음식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부터 <절대미각 식탐정>처럼 맛의 달인이 인간 심리를 읽는데도 달인이라는 설정의 작품도 있다. <천사의 프라이팬>은 은둔형 외톨이인 주인공이 요리를 통해 세상과의 접점을 찾아가는 이야기. 아버지가 실종된 이후 쿠니미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망해버린 아빠의 식당에 처박혀 지낸다. 쿠니미의 선생님은 그를 꼬여내기 위해 불량학생 츠지를 매일같이 쿠니미의 식당에 보낸다. 점차 마음의 문을 연 쿠니미는 세상을 놀라게 할 요리솜씨를 보이기 시작하고, 결국 학교에 나가기 시작한다. 쿠니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 호텔 주방에서 요리사로서의 첫발을 디딘다. 요리만화 특유의 호들갑스러운 요리 예찬과 아버지의 비밀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불량학생과 은둔형 외톨이였던 학생의 우정이라는 여러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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