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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압수수색당한 ‘입장권통합전산망’
강병진 2008-11-11

김해CGV 건물주 소송으로 검찰이 영진위 서버 백업… 신뢰성 다시 도마에 오르나

바람 잘 날이 없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검찰도 나섰다. 지난 11월5일, 검찰은 영화진흥위원회를 압수수색해 통합전산망의 서버를 백업하고 관련서류를 입수했다. 한 영진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극장에 건물을 임대해준 어느 건물주의 진정서가 발단이었다. 경상남도 김해시 내동 1142-3번지 휴엔락몰 4층을 임대한 김해CGV에 대해 휴엔락몰의 건물주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임대료를 관객 수에 따라 정산하기로 했는데, 김해CGV가 제출한 관객 수 집계자료와 통합전산망의 자료를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게 이유다. 통합전산망의 신뢰성 문제에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얼마든지 자료 조작 여지 있다”

통합전산망은 지난 2004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시행 초기에는 “사기업의 영업적인 사항을 정부가 공개하라고 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극장들의 반발로 전산망 가입률이 약 30%에 불과했지만 이후 CGV를 비롯한 멀티체인과 서울시극장협회가 협상에 응하면서 2008년 11월5일 현재는 전국 영화관의 98%인 313개 영화관, 2095개 스크린이 등록되어 있다. 가입 영화관이 많아진 만큼 범위도 넓어져 현재 통합전산망은 관객 수뿐만 아니라 매출액, 스크린 점유율, 예매점유율 등을 함께 집계하며 매주 월요일이면 각 언론사들이 보도하는 박스오피스 순위를 비롯해 영화 마케팅과 장단기 산업동향 파악을 위해 쓰인다.

하지만 통합전산망의 신뢰성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 여러 영화인단체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지난해 7월,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현장조사 결과 현행 통합전산망제도가 애초의 취지와 달리 실시간 집계되지 않으며 통합전산망에 입력된 자료와 실제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들을 발견했다”며 “통합전산망제도가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17일 열린 영화진흥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통합전산망은 중요한 쟁점이었다. 당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영진위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급받는다고 하지만 주말영화관객 집계결과 발표를 월요일에 하지 못하고 화요일에 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월요일까지는 정확한 관객 집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송사업자가 데이터를 검증하고 보정하는 데 하루 이상 소요되는데, 멀티플렉스 극장은 전송사업자를 겸하고 있다.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다면 얼마든지 자료를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영진위로부터 제출받은 ‘통합전산망 실시간 데이터 보정작업 결과’에 따르면, 영화관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영진위에 보고하는 전송사업자 10개 중 무려 9개 업체에서 지속적인 데이터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지난 9월22일에는 통합전산망의 박스오피스 1위와 2위의 순서가 바뀌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질의에 당시 강한섭 영진위 위원장 또한 “극장쪽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자료를 받고 있지만, 정확하게 점검하고 있지 않은데다 영화관이 100% 가입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실질적으론 아무런 제제수단 없는 셈

영화인들은 이번 김해CGV와 관련한 사건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영화인회의의 최현용 사무국장은 “수사결과 김해CGV가 통합전산망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밝혀진다면 성명서를 발표하고 의무가입 법제화 추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번 사건으로 신뢰성에 문제가 밝혀진다면 기술적으로든 법적으로든 신뢰성을 찾을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합전산망 의무가입이란 극장이 데이터를 조작할 경우 가할 수 있는 제재조치를 만들자는 뜻이다. 현행 통합전산망 운영규정 7조에 의하면 전송사업자가 불성실 신고행위를 가했을 경우 가해지는 제재조치는 통합전산망 연동자격의 박탈이다. 자격이 박탈될 경우, 극장이 감수해야 할 실질적 불이익은 상영신고의무면제 혜택이 없어지는 정도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의 최영재 사무국장은 “상영신고의무면제 혜택은 통합전산망 시행 당시 극장들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영진위가 내건 사안이었기 때문에 손해를 끼칠 만한 불이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제재수단이 없는 셈이다.

또한 상영신고면제혜택은 그동안 스크린쿼터문화연대에 의해 스크린쿼터 감시활동의 걸림돌로 지적되곤 했다. 상영신고 내용과 실제 상영영화를 비교하면서 이뤄졌던 기존의 스크린쿼터 감시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후 영진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통합전산망을 통해 스크린쿼터 이행일수까지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해 통합전산망을 검증한 결과 3개 극장의 스크린쿼터 위반이 확인됐다”고 말한 최영재 사무국장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상황에서도 쿼터 위반이 밝혀졌기 때문에 신뢰성에 더더욱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전산망 시행 초기부터 제기되어온 의무가입의 법제화는 아직 요원하다. 지난 2006년 12월, 영진위와 열린우리당의 이광철 의원, 그리고 영화인회의는 통합전산망의무가입조항을 영화진흥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당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가 의무가입조항을 누락시킨 채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법제화 추진은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극장들의 의도적 데이터 누락 가능성

의무가입 법제화와 함께 통합전산망의 신뢰성 회복을 위한 사안으로 손꼽히는 것은 데이터의 실시간 전송이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되기는 하지만, 영진위는 기술적인 오류들을 감안하여 전송사업자에 정보보정을 요구한 뒤 다음날 수정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의 경우, 전송망 사업자를 겸하기 때문에 영화인들은 극장의 의도적인 데이터 누락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영재 사무국장은 “근본적으로 극장에서 발권이 되자마자 통합전산망 서버에 정보가 전송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현용 사무국장 또한 “극장 발권기에 발권모듈이라는 장치를 부착해 실시간 전송뿐만 아니라 데이터 누락을 감시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인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통합전산망의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내년에는 제대로 된 개선안이 나올 거라 기대한다. 영진위 쪽도 “여러 의견을 수렴하여 통합전산망의 개선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단 영진위 내부적으로는 노후된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2003년에 설치된 것이라 서버에 무리가 온다. ‘의무가입 법제화’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 문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물론 정보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지고 의무가입이 법제화된다고 해서 통합전산망이 신뢰도 100%의 시스템으로 거듭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박스오피스 순위 확인과 영화 마케팅의 자료로 쓰이는 것보다 더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당장 김해CGV와 관련한 공방을 보더라도 그렇다. 통합전산망이 100%의 신뢰성을 인정받는다면 극장에 자리를 내준 건물주들의 임대료 정산에도 공신력있는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단지 의미있는 자료를 추출하는 통합전산망에서 만족할 때가 아닌 듯 보인다.

예매순위·좌석점유율도 집계

통합전산망이 박스오피스 순위만 집계하는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며 메뉴를 클릭하다 보면 의외의 정보들을 발견한다. 먼저 영화예매순위. 11월6일 현재 예매순위 1위는 <007 퀀텀 오브 솔러스>로 50.84%의 예매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위는 13.52%를 기록한 <아내가 결혼했다>다. 좌석대비 관객 수가 얼마나 되는가를 집계하는 좌석점유율 순위도 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좌석점유율 1위는 제1회 씨네아트 블로거 상영회를 통해 상영되는 <원더풀 라이프>다. 좌석 수 138석에 84명의 관객이 들어 60.86%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아내가 결혼했다>는 어떨까. 151만2121개의 좌석 수에 32만9591명의 관객을 동원해 21.79%의 점유율을 나타내며 19위에 랭크되어 있다. 박스오피스 순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

광역단체별 통계정보도 흥미롭다. 이 정보에 따르면 현재 한국영화 점유율이 가장 높이 나타난 곳은 전라남도로 46.83%를 기록 중이다. 가장 적은 곳은 38.51%를 기록한 서울이다. 흔히 외화는 지방보다 서울에서 잘된다는 속설의 증명일 듯. 참고로 전체 지역의 평균 한국영화 점유율은 41.26%다. 이 밖에도 스크린당 스크린쿼터 이행일수와 기간별 박스오피스 정보, 기간별 상영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