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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나는 더 달려야 해

<초감각 커플> <과속스캔들>의 배우 박보영

똘똘하고 야무지다. 너무 빈틈없어 보여 얄밉기까지 하다. 누구랑 말싸움이 붙어도 다 이길 것처럼 아무에게나 그냥 ‘들이댄다’. <과속스캔들>의 현수(차태현) 말을 빌리자면 “모든 얘기를 미리 준비하고 연습한 것처럼 바로 내뱉는” 여자다. 그런데 실제로는 꽤 느릿느릿해 보이는 사람이다. “사실 제 고향이 충북이라 말이 느린 편인데요. 역할이 역할인지라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참 말대꾸를 많이 했어요. 그게 연기 연습이었죠”라는 게 그의 얘기다. 사진 속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면 또 어떤 면모를 숨기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지난 1년간 박보영이 출연한 작품은 무려 총 3편. 초능력을 지닌 엉뚱한 커플 이야기 <초감각 커플>이 첫 번째 출연작이지만 뒤늦게 개봉하게 됐고, 두 번째 영화인 <울학교 이티>가 가장 먼저 소개돼 데뷔작처럼 됐다. <초감각 커플>에서 아이큐 180의 천재 여고생 ‘현진’은 쉴새없이 대사를 내뱉고 장난을 친다. “엄청난 대사량에 주눅이 들고, 감히 다음 장면을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엉뚱한 설정과 반전의 영화”였지만 천연덕스런 현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종종 우스꽝스럽게 애니메이션 성우처럼 연기를 한 건 감독의 의도였다. 만화적 캐릭터라고나 할까.

<울학교 이티>에서도 말 그대로 ‘똑 부러지는’ 반장이었다. <과속스캔들>에서도 세상 풍파 다 겪은 어린 싱글맘으로 나온다. 이제 채 스무살이 안된 대학 신입생이고, TV드라마 <왕과 나>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제2의 문근영’이라는 별명을 지닌 배우치고는 굉장히 쉽지 않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그렇게 스크린에서는 그 누구보다 똑똑하고 당찬 모습이지만 사실 그것은 “볼펜을 입에 물고 침을 흘려가며 훈련한” 덕분이다. 덧붙여 “아직까지는 지적당하는 일이 더 많다”는 겸손도 잊지 않는다. 아직은 ‘제2의 문근영’이라는 표현이 마냥 감사하기만 하고, ‘성인연기’라는 건 한참 있다 고민해도 늦지 않다. 일단 지금 이대로 더 달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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