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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머나먼 대륙에서 인생을 발견하다

1930년대 말 호주를 배경으로 한 서사극 <오스트레일리아> 현지보고

미국 현지에서 <오스트레일리아>가 개봉하는 시기는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 연휴다. 본래대로라면야 연말 분위기가 마음껏 느껴지는 게 옳은 시기다. 올해는 1930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 슬럼프로 대기업들의 대규모 인원 감축과 임금 삭감, 주택 차압 등이 이어져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불안하고 서글픈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뉴욕 시내 곳곳에 붙은 <오스트레일리아> 포스터에서는 초창기 할리우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느껴진다. 주연인 니콜 키드먼(새라 애쉴리)과 휴 잭맨(드로버)이 단비를 맞으며 멋진 키스를 나누는 이 포스터에서 괜스레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포스터 밑에 쓰인 ‘<로미오+줄리엣> <물랑루즈> 연출가의 작품’이라는 글귀는 멋진 로맨스에 대한 안도감까지 전해준다.

지난 11월23일 뉴욕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시사회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후반작업을 막 마치고 기자회견에 선 감독 바즈 루어만은 내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자이언트> 등의 고전 로맨스영화들을 언급하며 “요즘에는 여러 장르를 병합한 웅장한 서사시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 애착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호주의 대지를 서부극처럼 묘사한 전반부,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진주만을 폭격한 일본군으로부터 바로 며칠 뒤 폭격을 당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윈 폭격’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서사시가 펼쳐진다. 바즈 루어만은 자신의 영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를 음식에 비유해서 미안하지만, 현대 액션영화는 17살짜리 소년을 위한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다. 아트 필름은 스시처럼 별식이고, <섹스 앤 더 시티>는 40살 이상 여성들을 위한 파스타라고나 할까(40살 이상이라는 표현에 기자들의 야유가 좀 따랐다). 이에 비해 이 영화는 연회 같은 시네마다. 모두가 모여서 풀 코스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거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일종의 은유

<오스트레일리아>는 호주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카사블랑카>가 카사블랑카에 대한 영화가 아니듯이 영화 속의 ‘오스트레일리아’는 일종의 은유다. 페라가모 신발과 값비싼 물건들을 인생이라고 생각하던 영국 귀족 새라 애쉴리가 머나먼 대륙에서 인생의 참뜻을 알게 된다는 의미다. 루어만은 “애쉴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을 알게 된다. 지속되던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고, 갈라졌던 땅이 다시 초원으로 뒤덮인다”고 말하며 “지금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대는 1930년대 말.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 고고한 영국 귀족 새라는 오랫동안 호주의 북부 미개척지에서 머물던 남편을 찾아간다. 하지만 기나긴 여정을 걸쳐 아웃백에 도착한 그녀를 맞이한 것은 싸늘하게 식은 남편의 시체와 남편의 죽음으로 물려받은 엄청난 토지와 수천 마리의 소떼다. 교활한 농장 지배인 닐 플레처(데이비드 윈햄)는 대형 목장을 소유한 지역 지주 킹 카니(브라이언 브라운)에게 싼값으로 농장과 소떼를 처분하면 빨리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애쉴리에게 제안한다. 그러나 그녀는 호주원주민 아보리진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신비스러운 소년 널라(브랜든 월터스)로부터 이들의 흑심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애쉴리는 널라, 소떼를 시장까지 몰고 가는 역할을 하는 드로버(휴 잭맨), 늘 술에 절어사는 회계사 키플링 플린(잭 톰슨), 드로버의 아보리진 동료들, 그리고 널라의 미스터리한 아보리진 할아버지 킹 조지(데이비드 컬필릴) 등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인들과의 여정에 나선다. 고비에 고비를 넘으며 애쉴리와 아웃백의 터프가이 드로버의 사랑이 시작되고, 호주에 어울리지 않았던 애쉴리와 가정을 꾸미기엔 너무 자유분방해 보이던 드로버의 평화로운 삶이 시작된다. 하지만 세상과 동떨어져 보이던 호주의 대지에도 제2차 세계대전이 찾아온다.

버락 오바마가 호주에서 태어났다면?

호주의 대도시는 주로 해안가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아직도 북부지역은 넓은 지역이 미개발 지역으로 남아 있다. 주연을 맡은 휴 잭맨은 촬영기간 중 10대 때 방문했던 북쪽 킴벌리 지역을 가족들과 함께 다시 방문했다고 말했다. 잭맨은 “잃어버린 세대(Stolen Generation) 등 학창 시절 배우지 못했던 역사에 대해서도 배우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진주만을 공격한 폭격기가 4주 뒤에 호주를 공격했는지도 몰랐다. 이중에 아보리진이 얼마나 사망했는지는 정확한 수치조차 없다”고 밝혔다. ‘잃어버린 세대’는 당시 호주 원주민 아보리진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을 말한다. 호주 정부는 이들을 강제로 가족으로부터 빼앗아 아보리진 문화와 단절시킨 뒤 위탁시설에 맡겨 백인 사회식 교육을 시키고 백인 가정의 하인 등 하급 직종에서 일하도록 만들었다. 이 강제적인 정책은 1869년부터 1969년까지 실시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70년대까지도 지속됐다. 이로 인해 아보리진 인구는 급격히 감소했다. 호주 정부는 2008년 2월에야 이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루어만 감독이 <오스트레일리아>를 기획한 것은 ‘알렉산더 대왕 프로젝트’가 무산된 뒤 공동제작자이자 프로덕션과 의상디자인을 담당한 부인 캐서린 마틴과 파리에서 살 때라고 한다. 그는 “버락 오바마가 지금 47살인가? 그가 만일 호주에서 태어났다면 흑인과 백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호주 정부가 강제로 위탁시설에서 성장하게 했을 거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원하지 않아서 가족이 버렸다고 거짓말을 했을 것이고. 이름도 바꾸고, 유럽인(백인)처럼 다시 교육을 했을 거다.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백인들 사회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적응해 살 수 있도록 키워졌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에서 비롯된 이같은 시스템이 호주에서는 오랫동안 지속됐기 때문에 아보리진 인구를 급감시켰다고 덧붙였다.

키드먼과 잭맨이 기절한 이야기

키드먼은 인터뷰에서 촬영 중 혹독한 날씨 변화와 시대극 의상 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토로했다. 휴 잭맨 역시 터프 가이 ‘드로버’ 연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키드먼과 마찬가지로 자기도 촬영 중 기절한 적이 있다고 자백한 잭맨은 “그것도 촬영 첫날에 말이다. 남자 주연배우가 다윈이라는 터프한 도시에서 모두가 지켜보는데 실신했다”며 폭소를 터트렸다. 그는 5∼10분 정도 휴식시간을 갖고 재촬영한다는 바즈 루어만의 말을 듣고 그 정도는 말 위에서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내가 탄 말은 양산을 받쳐주는 걸 싫어해서 나도 그냥 모자만 쓰고 있어야 했다. 당시 의상인 가죽바지에 모직 윗옷을 입고 있어서 힘들었는데, 40분 정도 지나니 누가 내 등을 손으로 받쳐주더라.” 잭맨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의 등을 받쳐준 사람에 따르면 이미 말에서 45도 경사로 넘어가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호주에는 100년 만에 처음으로 건기에 폭우가 쏟아졌다. 100년 전보다 비가 두배나 내렸다. 또 말 사이에 전염되는 감기가 호주에서 처음으로 발병해 정부에서 한동안 말들의 이동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유는 바이러스가 8km까지 전염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촬영 기간 중의 고난에도 주연인 휴 잭맨과 니콜 키드먼에게 <오스트레일리아>는 개인적인 선물을 안겨줬다. 키드먼은 아이를 낳았고, 잭맨은 8살짜리 아들과 돈독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들과 함께 트레일러에서 생활한 휴 잭맨은 매일 밤 캠프 파이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잭맨은 “다시 도시로 되돌아가야 할 때가 되자 아들이 눈이 빠지도록 울더라”라고 회고했다.

얼마 전 <오스트레일리아>는 테스트 시사회 뒤 반응이 좋지 않아 엔딩을 재촬영했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기자회견장에서 “얼마나 생각한 대로 만들었나?”라는 돌려 묻는 질문에 루어만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과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과의 소통 부분에서는 오히려 외부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12월11일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카메라를 꿰뚫은 꼬마의 눈빛

7살짜리 아보리진 소년 널라 역의 월터스를 캐스팅하까지

커다란 호수 같은 눈을 깜빡이며 모든 것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널라 역의 브랜든 월터스는 기나긴 여정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영화 초반 내레이션과 POV를 맡는 등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7살짜리 소년을 찾아야 했지만 촬영 일이 가까워와도 적임자가 없었다. 백인 호주 소년 배우들은 에이전트가 다 있지만 아보리진 소년들은 도무지 에이전트를 통해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1천명 이상의 소년을 인터뷰한 뒤 브랜든 월터스를 찾아냈다.

실제로 월터스와 그의 가족은 대도시는 물론 큰 동네도 구경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월터스를 안심하고 영화에 출연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루어만 감독과 제작진은 월터스의 고향에서 함께 사냥을 하면서 천천히 신뢰를 쌓아나갔다. 루어만은 “며칠 전까지 캥거루를 사냥하던 브랜든이 4주 뒤에 니콜과 휴가 나오는 대작 영화에 나오게 됐으니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냐”며 “지금도 브랜든은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기자회견장의 테이블보다 더 큰 도마뱀을 사냥하고 있을 거다”라며 웃었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월터스의 연기에 감동해 그가 지금 어디 있냐고 묻는다. 브랜든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흙먼지 속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다.”

루어만과 키드먼은 월터스가 “연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루어만 감독은 “그에게는 영화가 현실이었다. 카메라를 인지하지 않았다. 카메라가 있지만 카메라를 꿰뚫어보았다. 그래서 카메라도 브랜든을 꿰뚫어 내면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월터스가 처음으로 촬영한 장면은 새라가 <오즈의 마법사>에 대해 말해주는 부분인데, 대다수 배우들은 자신의 연기분만 마치면 그만이지만 키드먼은 계속 카메라 옆에서 월터스가 연기할 수 있도록 지도해줬다고 한다. 루어만 감독은 “니콜이 하루 종일 옆에 같이 앉아서 브랜든이 진실을 느끼게 도와줬다”며 모든 것이 팀워크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휴 잭맨은 밤 10시쯤 미션 아일랜드에서 보트로 아이들을 구조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이 장면에서는 무척 조용히 보트에 올라타야 한다. 거북이처럼”이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카메라를 보고 V자를 그리면서 계속 웃고 말았다. 이때 월터스가 아이들을 돌아보면서 “야, 집중해야 돼. 카메라 보지 말고, 드로버만 봐!”라고 말했다. 휴 잭맨은 그 순간 월터스가 빠르게 영화를 배우는 것 같아 흐뭇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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