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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원곡의 느낌을 확 틀었지”

<과속스캔들>의 김준석 음악감독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은 이 영화에서 음악이 중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라디오 DJ인 현수(차태현)나 가수가 꿈인 정남(박보영)이 줄곧 접하는 것도, 이 귀엽고 이상한 가족을 화해시키는 것도 전부 음악이다. 그러니 음악감독의 중요도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거다. <말죽거리 잔혹사> <추격자> 등을 작업했던 김준석씨가 <과속스캔들>을 했다. 결과적으로 음악이 재미있고 적절하게 쓰였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그를 만나러 사무실 앞으로 갔을 때 그는 여전히 바빴다. 인터뷰 중에도 틈틈이 전화를 받았으며 벌겋게 해가 뜬 낮인데도 좀 전에 집에 겨우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단다. 한 마디로 음악 일에 관한 한 과속의 사나이다.

-또 어떤 작업을 하기에 이렇게 바쁜가. =<쌍화점> 막바지다. 사실 이런 말 하면 안되는데… 유하 감독이 변덕이 좀 심하다. (웃음) 아, 근데 지금은 <과속스캔들> 때문에 온 거 아니던가.

-<과속스캔들> 얘기하자. 어떻게 하게 됐나. =처음 들어본 영화사와 감독이었다. 시나리오를 주기에 별 기대 안 하고 봤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싹싹 넘어가더라. 걸리는 건 딱 하나 있더라. 야, 이거 제목 잘못 지었구나. (웃음) 그때 제목은 <과속삼대>였다. 내용 좋다, 만나자, 그런데 제목은 좀 바꾸자 그랬다. 강형철 감독은 날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서로 동갑이었다. 스물일곱에 데뷔했기 때문에 이 판에서 내가 늘 어린 축이었는데 동갑내기 만나니까 반갑더라. 강 감독이 음악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음악적 색깔을 정해 나갔다.

-음악적 색깔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염두에 둔 건가. =(박)보영이가 처음 부르는 노래 중에는 심수봉의 노래도 있었다. 그런데 자칫하면 젊은 친구들과 공감이 없겠다 싶더라. 그래서 80, 90년대 음악으로 하되 누가 들어도 원래 곡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아마도 그건>은 (차)태현씨가 자기 어릴 적 애창곡이라고 추천했고. 원래 있는 기존 음악의 선곡이 많기 때문에 잘못하면 너무 쉽게 가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강 감독에게 모든 음악의 느낌을 틀어서 가보자고 했다. 또 보영이 맡은 정남 역은 록, 발라드, 댄스 등 모든 음악을 다 소화하는 인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예를 들면 <아마도 그건> 같은 경우는 32비트 곡으로 바꿔 봤다. <자유시대>는 영화상에서 딱 30초만 인상적인 부분부터 들려주자는 식이었고.

-곡을 주면 배우들 반응은 어떤가. =선곡은 기존의 가수가 부른 걸 들으면 되니까 빠르게 이해하는데 창작곡의 경우는 누가 처음에 한번 불러줘야 한다. 음악 하는 사람들도 실은 이게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는 거다. (저음으로 무뚝뚝하게) 예스터데이~ 하는 거하고 (고운 목소리로 감정 잡아서) 예스터데이~ 이렇게 하는 거하고 천지차이다.

-그런데 노래를 전부 박보영이 부른 게 아니라고 해서 말들이 좀 있다고. =처음 목표는 무조건 보영이가 다 부른다는 거였다. 노래 레슨까지 꾸준히 했다. 내 고종사촌형이 이주원(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삽입곡 <아껴둔 우리 사랑을 위해>의 가수)씨인데, 현장에 불러 교습까지 시켰다. 기타는 말할 것도 없다. 보영이는 기타를 잡아본 적도 없었지만 2개월 동안 손에 굳은살이 배길 정도로 연습해서 수준급이 됐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고 나니까 배우가 힘든 거다. 이러다 우리가 배우 잡겠구나 싶었다. 개봉까지 갑자기 당겨졌다. 그래서 <자유시대>만 부른 거다. <아마도 그건>은 불러놓은 게 있었지만 쓰지 못했고. 보영이는 너무 하고 싶어 했다. 자기가 꼭 하겠다고 우는 보영이를 오히려 우리가 설득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걸 일부러 속인 것처럼 일부 네티즌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아니다.

-현장에는 자주 나가봤나. =내가 음악감독으로 현장에 이렇게 많이 나가본 건 처음이었다. 오죽하면 음악감독인 나한테 현장 스탭만 들어주는 보험까지 들어줬겠나. 때마침 현장에서 한번 쓰러져 실려간 적도 있었다. 보험 들어놓기를 잘했지.

-여러 사람과 작업했다. 감독들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가. =나홍진 감독은 이런 식으로 요구한다. “이 장면에서는 이 사람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세요.” 자기가 원하는 키워드를 주는 거다. 유하 감독은 워낙 재즈 마니아이지 않나. <결혼은, 미친 짓이다> 때는 곡을 30곡씩 써가도 “2% 좀 부족하지 않니?” 그런다. 열받아서 더 갖고 오게 만드는 타입이다. 하지만 할 땐 힘들어도 끝나고 나면 늘 재미있다. 강형철 감독은 음악감독인 내가 연출가인 양 많이 열어놓고 참여하게 하는 타입이다. 사실은 영화에서 음악이란 연출의 도구로 사용되어야지 음악이 뭔가 이끌려고 하면 안된다는 게 내 기본 생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 성격상 절제보다는 좀더 색깔있게 가야 했다.

-차기작이 또 있나. =<애자>라고 정기훈 감독 데뷔작이다. 내가 막내 때부터 알던 형이다. 옛날부터 “우리 같이 데뷔하자”그랬는데 내가 배신하고 훨씬 먼저 데뷔한 거지. 그래서 이번 작품 같이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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