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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찾아 나선 한 인간의 이야기 <체인질링>

synopsis 1928년 미국 LA. 전화국에서 교환수로 일하는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은 9살난 어린 아들 월터와 함께 싱글맘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직장에서 돌아온 크리스틴은 아들이 실종됐음을 알게 된다. 다섯달 뒤 LA 경찰은 크리스틴에게 아들을 찾았다는 희소식을 안겨준다. 하지만 돌아온 건 아들이 아니라 다른 소년. 크리스틴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다른 아이를 데려온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크리스틴을 정신병자로 몰아세워 감옥에 넣는다. 크리스틴은 이제 이 거대한 공권력과 맞서 싸우리라 마음먹는다.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실화에 기초하여 연출한 영화. 그러나 실존했던 사건이라고 믿기에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자행되어 오히려 1920년대 말이라는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 공상영화처럼 느껴진다. 아들을 잃어버리고 나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뚤어진 국가 권력과도 맞서 싸워야만 하는 주인공 크리스틴.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강인하고 매끈한 할리우드 여전사에서 눈물 많은 엄마로 변신한 것이 성공적이다.

<LA타임스>에 글을 기고하던 각본가 J. 마이클 스트라진스키가 발로 뛰어 취재해 써낸 각본도 매끄럽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영화는 몇개의 잘 배치된 굴곡을 따라간다. 아이의 실종사건을 계기로 사회의 더럽혀진 초상 아래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들춰내는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고 이야기 자체의 탄탄함만으로도 재미를 만끽할 만하다.

그런데 <체인질링>은 일반적인 모성의 드라마 혹은 사회비판의 드라마와는 결을 달리한다. 실은 좀 의아한 구석이 있는 영화다.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가 그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 그러다보니 결국은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건 결국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거나 그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찾는 싸움으로 판명날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몇 가지 사건들은 사실 아들을 찾는 모성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표현하기보다 다른 것을 찾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묘사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근 영화 <아버지의 깃발>이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비교하면 평범하고 또 관습적으로 보이지만 <체인질링>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만의 영화적 현묘함이 번뜩인다.

이 영화는 아이가 아니라 책임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명료하지 않으며 끝없이 난관과 미궁에 빠진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입증해야 하는 크리스틴의 처지가 강조되기도 한다. 그런데 결국 영화의 끝은 가장 중요한 걸 입증받지 못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우리가 책임을 잃지 않으며 더불어 희망도 지킨다는 기이한 역설에 도착한다. <체인질링>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미 그렸던 <미스틱 리버>의 세계와 비스듬하게 겹치고 또 마주보고 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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