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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연] 오감을 멎게 하지만, 무심한 여자
주성철 사진 이혜정 2009-02-06

<마린보이>의 유리, 박시연

박시연은 <마린보이>의 정서를 지배하는 여자다. 마린보이가 돼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던 천수(김강우)는 유리(박시연)를 보는 순간 마비된다. 자신이 강 사장(조재현)과 김 반장(이원종) 사이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지만 유리의 눈빛 앞에 그 판단력은 상실되고 만다. 영화 속 유리는 상대방의 오감을 그대로 멎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여자여야만 한다. 순간 우리의 뇌리를 스쳐가는 수많은 한국 여배우 중 거기에 꼭 들어맞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박시연은 어느덧 그만한 배우로 성장했다.

<마린보이>의 유리 캐릭터가 곽경택의 <사랑>(2007)에서의 ‘미주’와 비슷하지 않냐는 얘기를 들으면 섭섭하다. <사랑>의 주현과 주진모 사이, <마린보이>의 조재현과 김강우 사이에 놓인 박시연의 모습은 얼핏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두 영화에서 모두 권력자의 여자로 나왔고,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하지만 미주가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하는 인물이라면, 유리는 직접 모든 것을 선택하고 조종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더 자신감을 가지고 했던 작품”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하지만 팜므파탈이라는 고정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역시 원하는 바는 아니다. “흔히 팜므파탈이라고 하면 왠지 시각적인 것, 육체적인 것으로만 배우를 한정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면서 “오히려 유리는 두 남자 사이에서 무심하게 평정심을 지키는 인물이지, 일부러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거나 뭔가를 독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인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그런 점만 강조한 마케팅이 조금 아쉽다고 덧붙인다. 그만큼 <마린보이>의 유리 캐릭터에 남다른 애착을 지녔다는 얘기다.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윤종석 감독과 몰래 ‘짠’ 장면도 있다. 천수와 첫 키스를 하는 장면은 김강우는 물론 스탭들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감독하고만 이야기를 하고 ‘저질러버린’ 경우다. 그냥 불쑥 키스를 해버리는 영화 속 상황처럼 실제로도 그랬던 것. 그런 사소한 디테일들이 모여 <마린보이>는 박시연에게 연기하는 맛, 배우로서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가는 즐거움을 준 영화다.

지난해는 <마린보이> 촬영과 더불어 박시연에게 무척 의미있는 해였다. <구미호 가족>(2006)으로 정신없는 영화 신고식을 치른 뒤 <사랑>으로 숨을 고르고는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에서는 한없이 망가질 기회를 얻었기 때문. 말 그대로 ‘극과 극을 달리면서’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더불어 <마린보이>를 지나면서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한다. “이전까지는 계속 나를 초보운전자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달랬지만, 몇번 접촉사고도 내고 그러다보니 그저 열정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진짜 연기자라는 이름에 부족함 없이 최선을 다해야죠.” 그렇게 박시연은 이미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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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박희경·헤어 김선화(제니하우스)·메이크업 오윤희(제니하우스)·의상협찬 오브제·액세서리 협찬 오브제, 나인 웨스트, 파크 K, 아가타, 게스 슈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