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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오히려 비즈니스가 쉬울 때다”
문석 사진 최성열 2009-02-17

700억원대 자금 운용하는 보스톤창업투자 이원화 상무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가 흥행가도를 달리지만 충무로의 돈가뭄은 여전하다. 영화계는 대박영화가 잇따른다 해도 지난해까지 계속됐던 과잉투자와 수익률 급락의 후유증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탓에 지난 1월30일 결성된 보스톤글로벌영상콘텐츠투자조합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이 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314억원이라는 듬직한 규모 때문이다. 보스톤창업투자의 이원화 상무는 펀드를 기획했고 결성을 주도했으며 이후 집행에서도 책임을 지게 될 인물이다. 이미 보스톤창투에서 결성한 2개의 영상펀드를 포함해 700억원대의 자금을 운용하게 된 그에게서 투자 계획을 들어봤다.

- 영화계의 침체와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문에 펀드 결성에 어려움이 있었겠다. = 쉽지는 않았다. 2006년 12월 보스톤영상콘텐츠투자조합을 결성하고 그때부터 추진했으니까, 기획 이후 꼬박 2년 넘게 걸렸다. 한국모태펀드와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산업통상진흥원들이 주요 출자 주체들이다.

- 영화 투자 수익률이 바닥인데 걱정되지는 않나. = 우리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시장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을 때는 펀드를 결성하는 것이 지금보다 쉬웠을지 몰라도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들만 시장에 남았다. 그리고 과거에는 비즈니스의 논리로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제작자나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욕심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투자자는 그런 열정과 욕심도 비즈니스의 틀 안에서 발현돼야 한다는 입장이라 대립하는 면도 있었다. 문제는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비즈니스로 패키징해서 돈을 버느냐인데, 지금은 그런 비즈니스 논리로 이야기하는 게 서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 투자자본의 발언권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 그렇다기보다는… 이제는 좀더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 314억원이면 적지 않은 돈인데, 어떻게 투자할 계획인가. = 한국영화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데 힘을 쏟을 생각이다. 한국영화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모든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불법 다운로드로 파괴된 부가판권시장은 복원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비용을 줄이는 데도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해외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해외시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영화계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06년 투자조합을 결성하고 2007년 상반기 내내 글로벌 프로젝트를 찾았는데, 5개가 채 되지 않았다. 이제는 제작사마다 글로벌 프로젝트 하나는 갖고 있을 정도니 여건은 성숙하고 있다고 본다. 애초 500억원 규모를 목표로 삼았던 것도 글로벌 프로젝트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네트워크가 있나. = 2007년 하도 답답해서 할리우드에서 2~3개월 체류하며 그곳을 샅샅이 훑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파트너를 알게 됐다. 한국영화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은 우리 기대보다 크다. 한국쪽이 컨트롤 타워가 돼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현재 관여하는 해외 프로젝트가 있나. = 한국 제작사가 만드는 <다이노 맘>이라는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초기투자를 했고 파이낸싱도 도와주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해외배급에 대한 논의도 하고 있다. 이미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서 100만달러 선판매를 기록했다. 일단 실사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이 국경을 넘는 데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 펀드 규모가 큰데 한국영화에 메인 투자자로 나설 계획도 있나. = 그렇다. 그리고 글로벌 프로젝트뿐 아니라 국내 프로젝트에도 투자할 것이다. 우리는 글로벌 외에도 원 소스 멀티 유즈, 뉴미디어를 이야기해왔다. 한국영화도 영화 기획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이 콘텐츠를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 이제 700억원을 관리해야 하는데 부담도 되겠다. =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산업의 흐름을 바라본다면 확신도 선다. 나는 포스코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벤처캐피털로 자리를 옮겨 IT 분야 투자를 담당했고, 2005년부터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맡고 있다. 어찌보면 한국산업의 발전동력이 제조업에서 IT로, 그리고 콘텐츠 산업으로 변화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포스코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 된 것처럼 세계적인 한국 콘텐츠 기업이 생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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