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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관객을 만나다-파리] 주름살이 그렇게 중요하더란 말이냐

아무리 할리우드 거장의 영화라지만 에누리는 없었다. 깐깐한 파리지앙 자크 모라.

지난해 말 미국에서 개봉해 성공을 거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대해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프랑스에서도 핀처의 이 새로운 화제작이 지난 2월4일 전국 567개관에서 동시 개봉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일 월요일 저녁 파리 중심에 위치한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여자친구와 마지막 상영을 보고 나오는 자크 모라를 만났다.

-어떤 계기로 이 영화를 보러오게 되었나. =데이비드 핀처의 새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여자친구가 개봉하기 오래전부터 영화에 대해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팬인가. 그의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나보다.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라고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가 만든 대부분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들은 작품성의 기복이 좀 크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기에 열광했던 <에이리언 3>는 당시 나에게 최고의 영화였다. 물론 지금 다시 보면 많이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래야만 하는 것이고…. (웃음) 그외에도 마이클 더글러스가 나왔던 <더 게임>도 아주 좋아한다. 참, <쎄븐>은 지금까지 변함없이 내가 좋아하는 영화 베스트 리스트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 최고의 영화라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의 <패닉 룸>이나 <조디악> 같은 영화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 영화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까 극장에서 나오는 걸 보니 좀 피곤해 보이던데 말이다. 3시간 가까이 되는 상영시간이 부담스러웠나. =사실대로 얘기해도 되나.

-물론이다. =영화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집중하지 못하는 영화가 상영시간이 2시간 반이 넘어가면 피곤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말인즉 이 영화를 재밌게 보지 않았다는 뜻인가?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나. =하하하! 말하자면 이런 거다. 영화의 설정 자체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두 주인공의 사랑 얘기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전체 이야기의 비현실적인 컨셉은 이미 알고 극장에 온 것 아닌가. 그것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은 또 아니지 않나. =물론 알고서 왔다. 하지만 나는 탄생, 노화, 죽음에 대한 좀더 심도 깊은 고민을 기대하면서 온 게 사실이다. 영화 전반적으로 보자면 표면적인 주제는 인생, 죽음, 사랑에 대해 논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영화에서 얘기하는 것은 젊음이 가진 표면적인 아름다움일 뿐이고, 또 늙으면서 늘어가는 건 주름살뿐이라고 말하는 듯한 아주 가벼운 느낌을 받았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주름살을 하나 더 가지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건 세월에 따라 인간이 성숙하면서 정신적으로 서로의 파트너와 얼마나 더 많은 점을 공감할 수 있는가, 혹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더라. 결국에는 누가 얼마나 더 젊고 아름다워져 가는지에 따라 많은 부분이 좌지우지되는 것 아닌가. 이런, 영화에 대해 너무 비판적으로 얘기해서 당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웃음)

-이 기사의 컨셉 자체가 ‘세계의 관객’이다. 개인에 따라 또는 나라의 국민성에 따라 같은 영화를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겠나. 혹시 영화에서 긍정적으로 본 점도 있는가. =물론 있다. 분장이나 촬영 등 시각적인 면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시각효과 같은 볼거리 때문에 핀처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7살 늙은이의 얼굴에서 벌써 브래드 피트의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거라든지. 영화의 첫 부분에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전쟁터의 모습은 정교하게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또한 아까 얘기한 대로 표면적이고 시각적인 면만 강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용의 깊이없이 시각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건 <쥬라기 공원> 같은 오락영화에나 해당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과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각효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깊은 고민과 간단한 시각효과가 더 많은 걸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평소에 할리우드영화에 대한 깊은 반감이 있는 건 아닌가. =(웃음)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가! 여하튼 이 인터뷰가 기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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