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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개 신파’ 영화 <말리와 나>
김도훈 2009-02-18

synopsis 열애 끝에 결혼한 신문기자 제니(제니퍼 애니스톤)와 존(오언 윌슨)은 따뜻한 플로리다로 이주한다. 새로운 신문사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아이를 갖는 대신 먼저 강아지를 한 마리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그들이 입양한 래브라도견 ‘말리’가 세상에서 가장 골치 아픈 사고뭉치라는 사실이다. 제니와 존은 말리와 세 아이를 줄줄이 낳아 기르며 19년이라는 세월을 뒤로 보내고, 노환으로 병든 말리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시간도 점점 다가온다.

<사만다 후?>라는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 큰 개를 두 마리나 키우는 디나가 쓸 만한 남자를 찾아 헤매는 독신녀 사만다에게 조언한다. “서점에 들어가. 그리고 <말리와 나>라는 책을 사는 남자를 찾으면 돼.” 그녀의 지론은 개를 사랑하는 남자치고 나쁜 놈 없다는 거다. 100% 신뢰할 만한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알다시피 히틀러는 ‘블론디’라는 셰퍼드를 에바 브라운만큼 사랑한 남자였다. 새뮤얼 풀러의 <마견>에 등장하는 남자도 자기 개는 엄청 아꼈을 거다. 하지만 디나의 말도 이해가 간다. 개를 사랑하는 남자라면 개를 산 채로 나무에 매달아 늘씬하게 팬 뒤 삶는 남자보다야 더 연애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말리와 나>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작은 주인공 존 그로건 부부가 말리라는 이름의 말썽꾸러기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19년 동안 키운 뒤 무지개 다리로 보낸 이야기다. 그런데 이걸 영화화하는 데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원작에는 그로건 부부의 19년이 모조리 담겨 있다. 무대는 미국 남부와 동부를 오가고 아이는 셋으로 늘어나고 일상적인 단편들은 시트콤처럼 이어진다. <섹스 앤 더 시티>의 데이비드 프랭클과 각본가들이 유려한 해결책을 찾아낸 것 같지는 않다. 영화는 책만큼이나 산발적이다. 뮤직비디오처럼 편집된 화면으로 몇년을 건너뛰는 방식은 미봉책에 가깝다. 하지만 <말리와 나>는 여전히 즐길 만한 가족영화다.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단점에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순간들이 여럿 등장하는 덕이다. 논픽션에 기반을 둔 영화의 장점이다.

아무래도 <말리와 나>가 가장 제대로 먹힐 관객은 개를 키우고 있거나 개를 키워본 적 있는 관객일 거다. 특히 이누도 잇신의 <우리개 이야기>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며 오열한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휴지를 준비해가는 편이 좋다. <말리와 나>는 보는 이의 눈물샘을 송두리째 쥐어짜서 말려버릴 만큼 성공적인 ‘개 신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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