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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개그 늘어놓기 <구세주2>
강병진 2009-02-25

synopsis 부잣집 ‘망나니’ 아들의 갱생기. 엄마의 금고에서 훔친 돈으로 밤문화를 즐기던 정환(최성국)은 어느 날, 딱 걸린다.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엄마가 아들에게 선고한 처벌은 직접 택시를 몰아 돈을 벌라는 것. 물론 운전대를 잡은 정환이 제대로 일을 할 리는 없다. 근무태만은 물론이고 승차거부도 모자라 택시를 담보로 사채까지 쓰던 정환은 어느 날 택시비 대신 반지를 담보로 맡기겠다는 은지(이영은)를 만난다. 며칠 뒤, 택시비 정산차 다시 만난 두 사람. 그 사이 반지를 잃어버린 정환은 하는 수 없이 은지의 몇 가지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구세주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나를 구원한 그가 결국에는 나로 인해 구원받는 이야기다. 기본적인 틀거리는 같지만, 색깔은 달라졌다. 1편이 <가문의 위기>를 연상시키는 가족주의 조폭코미디였다면, 2편은 <파이란>의 정서에 기댄다. 물론 이 말 자체가 농담처럼 들릴지 모른다. <구세주2>는 아예 이야기를 전개시키려는 의도가 없는 영화다. 캐릭터에 일관성이 없다거나,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비판은 그 자체로 허무할 것이다. 대략적인 얼개를 짜놓고 그 안에 몇 가지 개그들을 늘어놓아보니 한편의 영화가 되고 말아버렸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상보다 돈이 더 좋다”고 선언한 이 영화가 전혀 웃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세주2>가 개그를 연출하는 방법은 배우에게 모든 걸 일임하고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특별출연한 <웃찾사>의 ‘웅이아버지’와 ‘오봉이’는 그저 싸울 뿐이고, 최성국은 혼자서 웃을 뿐이고, 안문숙은 욕할 뿐이다. 농담하는 사람 혼자만 재밌는 농담인 터라 지켜보는 관객의 입장은 뻘쭘하다. 신이와 백일섭, 김수미 등 개그 연기에 탁월한 공력을 가진 배우에 크게 기댔던 1편과 달리 각본과 연출의 도움도 받지 못한 2편의 배우들은 종종 감독의 ‘컷’소리만 기다리는 듯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노출한다.

웃음의 포인트를 배려하지 않은 편집도 웃음기를 제거하는 부분이다. 안문숙의 사투리 욕개그, 조상기의 바보 연기, 최성국의 원맨쇼, 그리고 몇몇 개그맨들과 김종서, 장호일 등의 카메오 출연이 이야기의 맥락은 물론이고 장소와 시간의 맥락 없이 등장한다. 아마도 <구세주2>가 보여준 최고의 개그는 홍보자료를 통해 선보인 ‘자학개그’가 아닐는지. “안다! 안 기다린 거. 그래도 만들었다”거나 “2윌 최저 기대작”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운 뻔뻔함은 그래도 나름 귀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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