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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거리는 두 여배우 <신부들의 전쟁>
안현진(LA 통신원) 2009-04-01

synopsis 승부사로 이름난 변호사 리브(케이트 허드슨)와 순하디순한 중학교 교사 엠마(앤 해서웨이)는 20년 우정을 간직한 ‘절친’이다. 모든 것을 함께하며 성장한 둘은, 결혼식에 대한 환상 또한 같다. 20년 전 6월, 갓 결혼한 신부의 행복한 얼굴을 본 뒤 둘은 “플라자 호텔, 6월의 신부”를 평생의 꿈으로 좇아왔다. 그런데 꿈이 거의 이뤄지려는 때에 문제가 생긴다. 웨딩플래너의 실수로 두 결혼식이 한날한시에 잡힌 것. 서로의 들러리를 맹세하던 행복도 잠시다. 양보할 수 없다고 으르렁거리던 두 예비신부는 절교를 선언, D-Day를 향한 질주를 시작한다.

결혼식은 신부를 위한 날이라는데, 그런 운명적인 날을 공유한다니 안될 말이다. 세상이 두쪽이 나도 스포트라이트를 나눠 가질 수 없는 법. 찰떡같이 떨어질 줄 몰랐던 두 친구가 결혼식 날짜를 놓고 철천지원수로 변하는 이야기, <신부들의 전쟁>은 이렇게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다. 할리우드에서 만든 코미디다보니 해피엔딩은 보장됐고, 영화의 재미는 두 사람이 얼마나 발랄하게(!) 치고받느냐에 달렸다. 준비는 완벽했다. 결혼식과 준비과정이라는 더없이 좋은 소재에, 훌륭한 배우들까지 갖췄다. 그런데 이 모든 퍼즐이 아름답게 맞물리는 건 아니다.

발단은 친구가 던진 부케였다. 영화의 내레이션이자, ‘신부들의 전쟁’의 원인 제공자인 인기 웨딩플래너 메리앤(캔디스 버겐)에 따르면 부케를 노리는 엠마의 눈은 “사냥꾼 같고”, 리브의 손은 “멱살이라도 잡을 태세”다. 메리앤은 점잔빼는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둘의 아귀다툼에 대해 조소한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만은 지지 않을, 아름답고 성대한 결혼식을 꿈꿔온 얄팍한 우정에 대한 비웃음이다. 사실 엠마와 리브는 상극이다. 까칠한 리브는 TV쇼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 코웰에, 누구에게서든 장점을 찾아내 기필코 칭찬하는 엠마는 폴라 압둘에 비교될 정도. 그런데 두 여자의 신경전이 육탄전으로 바뀌어 갈 즈음 사이먼은 폴라가 되고, 폴라는 사이먼으로 변모한다. 리브는 한 걸음 뒤에서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엠마는 “이번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품는다. 하지만 그런 태도의 변화가 태닝숍에 들어간 친구의 피부를 오렌지색으로 망치고, 그 복수로 염색약을 바꿔치기해 머리카락을 파랗게 물들여버리는 치졸한 작태에서 도출되기에 재미는 반감한다.

슬랩스틱에는 재주가 없는 탓에 종종 망가지지만 그래도 두 여배우는 매 장면 반짝거린다. 하지만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가식적이다. 우정도 다툼도 작위적인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싫은 소리 한번없이 20년 우정을 이어오기도 어렵지만, 사소한 오해로 웨딩드레스를 쥐어뜯을 만큼 사나워지는 것도 억지다. 그런데 영화에 빠져들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도대체 결혼식이라는 의식이 뭐기에 그토록 맹목적인 걸까. 사랑하는 이와 앞으로 함께할 것을 약속하는 신성한 자리가, 보여주기에만 치중한 변질된 행사로 비쳐지는 것이 아쉽고 불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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