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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1926년 히치콕 vs 2009년 온다치, <하숙인>

<하숙인> The Lodger

2009년 감독 데이비드 온다치 상영시간 95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소니픽쳐스홈엔터테인먼트

화질 ★★★★ 음질 ★★★★ 부록 ★★★

<하숙인> The Lodger: A Story of the London Fog

1926년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상영시간 71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1.0 무성영화 자막 영어 출시사 콩코드(독일)

화질 ★★★ 음질 ★★★ 부록 없음

연쇄살인은 집단공포증을 불러일으킨다. 그 집단공포증의 본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선 멀리 갈 것도 없다. 얼마 전 붙잡힌 한 연쇄살인범에 관한 뉴스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도됐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얼간이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전국이 들썩이지 않았나. 덕분에 연쇄살인범에 관한 수많은 분석이 나오지만, 속 시원한 진단을 찾기는 어렵다. 삭막한 현대사회가 사이코패스를 만들어낸다는 분석도 완전히 수긍하기엔 부족하다. 그 말대로라면 한 세기 전에 여러 살인을 저지르고 자취를 감춘 ‘잭 더 리퍼’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연쇄살인에 관한 유일한 진실은 어쩌면 ‘대중의 불안’일지도 모른다. 1888년에 런던 시민들을 벌벌 떨게 만든 ‘잭 더 리퍼’는 어느덧 연쇄살인범의 대명사가 됐는데, 그와 관련된 영화가 DVD로 출시돼 눈길을 끈다.

1913년, 마리 벨록 라운즈는 <하숙인>을 발표했다. 만찬회에서 만난 한 여인이 라운즈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 것인데, 이야기인즉 그녀의 지인이 운영하는 하숙집에 잭 더 리퍼가 묵었다는 것이었다. 희대의 살인마가 한 지붕 아래 산다는 설정은 영화계의 관심을 끌었고, 지금까지 다섯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DVD로 갓 출시된 데이비드 온다치의 <하숙인>이 바로 다섯 번째 작품이다. 안개 낀 음산한 런던에서 우기의 LA로 배경이 바뀐 가운데, 누군가가 7년 전에 벌어진 살인사건과 똑같은 수법으로 잔혹한 범행을 연이어 저지른다. 영화는, ‘잭 더 리퍼’ 사건과 연결해 범인을 잡으려는 수사관과 신비로운 남자를 세입자로 맞이한 안주인의 이야기를 양축으로 하여 전개된다. 온다치는 데뷔작에 임하는 대부분의 감독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했다. 온다치의 <하숙인>은 잘 짜인 추리물과 연쇄살인범에 대한 그럴싸한 묘사를 모두 욕심내다 결국 어정쩡한 상태로 마무리하고 만다.

라운즈의 소설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사람은 앨프리드 히치콕이다. 그 이전에도 두어편의 영화를 연출했던 히치콕은 <하숙인>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스타일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히치콕은 “<하숙인>을 내 첫 번째 영화로 불러도 좋다”고 말했다). 금발여자가 비명 지르는 첫 장면, 자막 사용을 절제한 채 주로 영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법, 유머와 서스펜스의 조화, 도덕적인 모호함, 누명을 쓰고 쫓기는 남자, 히치콕의 카메오 출연 등에서 보듯, <하숙인>은 (도널드 스포토가 언급한 바) ‘히치콕의 후기 작품에 대한 교과서’에 다름 아니다. ‘런던 안개의 이야기’가 부제인 <하숙인>은 직접 ‘잭 더 리퍼’를 언급하진 않는다. 화요일마다 여자들이 살해되면서 런던 시민이 불안에 휩싸였을 때, 어두운 표정의 남자가 번팅 부인의 하숙집을 찾아와 방을 구한다. 부인의 딸인 데이지는 그에게 애정을 느끼지만, 그녀의 친구인 탐정 조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정체불명의 하숙인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히치콕은 광기에 사로잡힌 군중이 폭력을 행사하는 후반부에 이르러 집단공포증을 극적으로 묘사했으며, 그 장면에서는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이 읽히기도 한다.

1926년 버전 <하숙인>의 DVD는 말끔하게 복원된 화질을 자랑하고 있으나 부록이 없는 점은 아쉽다. 2009년 버전 <하숙인>의 DVD는 부록으로 ‘제작과정’(19분), ‘9개의 삭제장면’(8분)을 제공한다. 인터뷰 도중 온다치는 히치콕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장면이 영화 속에 10여개 정도 들어 있다고 밝혔는데, 그 장면들을 비교해보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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