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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깎이 타고 500km를 왔냐?
2001-11-27

묵직한 감동 주는 <스트레이트 스토리>

<스트레이트 스토리>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그리고 극장문을 나선 후에도 마음을 짠하게 하는 묵직한 감동이 사라지지 않고 허전한 우리네 일상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그런 영화다.

실화가 아니었다면, 73살의 노인이 죽어가는 형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잔디깍이를 타고 매일 8㎞씩 500㎞를 여행하고 여정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친철하다는 것이 감상적인 환타지로 다가올 수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이 영화는 앨빈 스트레이트라는 노인의 실화에 바탕해 만들었고, 칠십 평생을 우직하고 고집스럽게 살아온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새로울 것 없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임에도 강력한 힘을 갖고 삶의 새로운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앨빈은 말을 심하게 더듬는 딸 로즈와 단둘이 아이오와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살고 있다. 마루에서 쓰러져 두 개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야 걸을 수 있고, 시력감퇴로 운전면허증도 몰수됐다. 물론 차도 없다. 어느날 10년이 넘게 연락을 끊고 지내던 형이 중풍으로 쓰러졌다는 전화가 온다. 형이 죽기 전에 화해를 하고 싶었던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만으로 형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30년된 잔디깍이 뒤에 소시지와 휘발유를 가득 실은 트레일러를 붙이고 떠난 여행에서 그는 가족 모르게 임신하고 집을 나온 10대 소녀, 서로 끊임없이 다투는 쌍둥이 자동차 수리공, 어려움에 처한 그에게 친절을 베푸는 중년 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 얘기를 나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앨빈을 스크린 위에 살려낸 리차드 판스워드의 연기와 더불어 여행 도중 간간이 비취지는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과 배경에 깔리는 안제로 바다라멘티의 인상적인 음악은 관객들을 앨빈의 여행에 동참하게 만든다. 힘들었던 오랜 여정을 끝내고 만난 형제는 별 말이 없다.

“저 걸 타고 왔냐”는 형의 말과 두 사람의 눈가에 비치는 눈물뿐. 그리고 두 사람은 어린 시절 그랬듯 밤하늘의 별로 눈길을 돌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는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한다.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디즈니사에서 만든 아이들과 함께 볼 수있는 첫 영화다. 99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지난해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12월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