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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자유와 권리, 그 위상에 대한 교육 <초코초코 대작전>
안현진(LA 통신원) 2009-04-29

synopsis 초콜릿을 법으로 금지하는 이상한 나라가 있다. ‘건강최고당’이라는 수상한 이름의 정당이 군림한 이 나라는, 초콜릿을 먹는 것은 물론이고 만들거나 유통하는 것까지 모두 금지다. 이런 요지경에 이른 것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에 무관심하고 회의적이었던 어른들의 탓이다. 초콜릿을 먹으면 잡혀가는 메마른 현실에, 초콜릿이 가져다주었던 행복한 기억까지도 몰상당한 지금, 중학생 헌틀리(이용신)와 스머저(이명신)는 평소 흠모해온 누나 루이즈(장경희)의 말에 따라 비밀리에 초콜릿을 만드는 장소를 찾아나선다.

초콜릿을 먹지 못하다니 게다가 법으로 금지한다니 헛웃음이 나온다. 카페인 함량이 적지 않지만 마리화나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기막힌 설정에 의아한 건 잠시다. 교실에서조차 친구의 범법행위를 찾으려 눈을 번득이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건강을 외치는 애니메이션 속 사회가 건강한 사회와는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건강최고당과 헬시 수상의 주장은 잘못된 건 없다. 초콜릿이 비만과 충치의 원인이고, 중독성이 있다는 것 또한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먹고 마시고 즐길 기쁨을 박탈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건강한 삶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예수, 부처의 입에서 나온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다행히 우리의 주인공 헌틀리와 스머저는 이 말 안되는 상황에 반기를 든다. 정부의 급습 뒤 파괴된 “언더그라운드 초콜릿 바”를 재건하고, 암암리에 초콜릿을 전도해나간다. 초콜릿에는 감정이입이 어렵지만, 박해 중에 신앙을 지키려 애썼던 순교자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서 이야기에는 쉽게 빠져든다. 영화에서 초콜릿은 헌법이 보장해야 할 국민의 기본권을 상징한다. 그렇게 영화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그 위상에 대해 교육한다. 급기야 아이들은 혁명을 일으킨다. 어른들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최약자들이 일어서는 상황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정부를 둔 어른으로서 씁쓸하지만 묘한 쾌감을 불러온다. 소박한 그림체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삽입곡들, 달콤한 맛과 향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초콜릿에 대한 묘사가 유치한 제목을 단 이 애니메이션의 핵심. 영화가 끝난 뒤 쓰나미처럼 밀려올 욕망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극장에 들어가기 전 초콜릿 하나 정도는 가방에 넣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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