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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확장을 반대하는 목소리 <길>
이영진 2009-05-13

synopsis 2006년 5월4일, 정부는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 공권력을 투입한다. ‘여명의 황새울’이라는 작전명이 나붙은 공권력의 침탈로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의 중심이었던 대추초등학교는 쑥대밭이 된다. 그날 이후 마을에는 철조망이 드리워지고 외지인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된다.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모든 영농행위를 금지한다는 국방부의 통지서를 받아든 마을 농부들은 정부의 어이없는 처사에 분노하고, 방효태씨는 무자비한 공권력이 망쳐놓은 논둑길을 제 손으로 다지기 시작한다.

“이게 요기 하나 나잖아? 그럼 이것까지 다 차지해, 이놈이 나중에 죽어.” 피를 뽑는 농부의 말을 감독은 쉽사리 이해하지 못한다. “이게(벼) 더 크잖아요. 큰데도 그렇게 죽어버리는 거예요?” 7살 난 손자처럼 묻는 감독에게 농부는 웃으며 말한다. “세니까 그래. 조금만 빌려달라 그래도 빌려주지 말아야 하는 건데.” <>의 오프닝 장면은 의미심장한 비유다. 감독과 농부의 대화가 시작되기 전, 카메라는 슬쩍 괴이쩍고 수상한 풍경 하나를 잠깐 비춘다. 방패 든 전경들이 좁은 논길을 막고 있고, 저 멀리엔 군대의 방호막과 함께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벼’가 무엇의 다른 이름이고, ‘피’가 무엇의 다른 이름인지 관객은 곧장 안다. <>은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확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한데 담은 다큐멘터리다.

“왜 우리가 범법자여?” 방효태씨는 되묻는다. 법은 모름지기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특별조치법이라는 건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통하는’ 것이니, 법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것이다. “에라이 처먹고 할 일이 없어서 길을 없애냐?” 카메라는 대추리 사람들과 마을 지킴이들의 분노를 아주 가까이서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 그렇다고 ‘투쟁의 한길로’를 시종 외치는 건 아니다. 카메라가 대추리에 머무는 시간 또한 2006년 5월 정부의 강제철거가 시작된 뒤다. 실패한 싸움의 뒤안에서 왜 농부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대추리에 머무는 것일까. 화가 덜 풀려서인가, 아니면 보상 때문인가. 군살 하나없는 70대 노인의 육체가 땡볕 아래 철조망을 뚫고 기어이 길을 내는 장면에 이르면 “자식은(한테는) 못 가 봐도 논은(에는) 가봐야” 한다는 방효태씨의 ‘말’의 의미가 전해진다. 농부의 길은 방패에 막히고, 포클레인에 의해 다시 파헤쳐지지만, 농부의 ‘정신’은 오롯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인 게 있다고. 오직 하나 정의거든.” 감독은 결국 카메라를 내려놓고, 피를 뽑는다. <>의 마지막 장면은 대상에 대한 감독의 예의인 동시에 정의의 길을 함께하겠다는 감독의 약속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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