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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소년범의 사회 적응기 <보이 A>
안현진(LA 통신원) 2009-05-20

synopsis 두 소년이 급우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미성년자였던 둘은 ‘보이 A’와 ‘보이 B’로 명명되어 재판받는다. 그리고 14년 뒤, ‘보이 A’ 에릭(앤드루 가필드)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 보호감찰관 테리(피터 뮬란)의 도움을 받아 ‘잭’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출소 소식이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등 세상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새 삶이 순탄할수록 죄책감도 깊다. 그러던 어느 날 잭은 자동차 사고로 고립된 소녀를 구출하고, 사람들은 그를 영웅이라고 부른다.

‘보이 A’는 범죄자의 신변을 보호하려고 사용하는 별칭이다. 성범죄자의 신상명세를 공개하는 법이 범죄자의 사생활과 지역주민의 알 권리라는 상충되는 가치 중 후자의 손을 들어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도에서 사용하는 이름인 셈이다. 제목처럼 <보이 A>는 성인이 된 소년범의 입장에서 풀어가는 영화다. 관객은 영상을 만나기에 앞서 ‘철컹’하고 쇠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곧바로 반격이라도 하듯 해사한 잭의 얼굴이 등장한다. 맑고 귀여운, 살인자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얼굴이다. 보호감찰관이 전해준 운동화 한 켤레에 고마워 어쩔 줄 모르는 그는 14년간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왔다. 신체 나이는 24살이지만 인생 나이는 10살에 멈춘 잭에게 ‘에릭’이었던 시간은 지우고 싶은 과거다. 유일한 친구 필립과 함께 소녀를 죽였고,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높다란 피고석에서 형을 선고받았으며, 감옥 안에서 필립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굵직하다. 잔혹한 범죄자에게 재사회화의 기회는 합당한가? 왕따, 가정불화, 강간 등 소년들이 겪은 불우한 과거는 부수적인 설정일 뿐이다. 죗값을 치르느라 뒤늦게 사회를 배우는 잭은 순진하다. 술도 처음이고 여자도 처음이다. 하지만 밝힐 수 없는 비밀 때문에 그는 처음을 처음이라 말하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간다. 머뭇거리는 몸짓의 잭에게 안쓰러움을 느끼기는 쉽다. 테리는 피와 살을 나눈 친자식보다 잭을 아끼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잭에게 그 정도 대우는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곤혹스러운 질문은 관객에게 돌아온다. 아무리 뉘우친다 한들 당신의 거주지에, 당신이 가는 슈퍼마켓에, 술집에, 직장에 끔찍한 범죄자를 들여놓을 수 있는가?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진중한 질문의 무게를 따르지 못하는 편향된 시선이 불공평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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