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충청남도 예산에 한 형사가 있다. 조필성(김윤석)이다. 강력계 형사로서 큰 야망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집에서는 공처가고 밖에 나가면 그저 그렇다. 어쩌다 피의자를 심문하다가 피의자가 심장마비 쇼크로 쓰러지자 과잉 심문이라는 명목으로 3개월 정직을 당한다. 돈이 부족하여 건달 친구의 이름으로 소싸움 대회에 내기 돈을 걸게 되는데 그게 대박이 나서 큰돈을 쥔다. 그런데 그때 느닷없이 유명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가 나타나 그 돈을 탈취한 뒤 사라진다. 이제 조필성은 송기태를 죽기 살기로 잡아야만 한다.

우리는 토끼와 거북에 관한 동화를 알고 있다. 배운 대로 적용될 경우 그게 성실함으로 미친 토끼만 아니라면 거북은 토끼를 이기게 되어 있다. 조필성이 거북일 것이고 그가 잡아야 할 매끈한 탈주범 송기태가 토끼일 것이다. 거북은 늘 토끼 때문에 할 수 없이 달린다. 그러니까 조필성은 송기태를 만나고 싶어 만난 게 아니었지만 송기태가 조필성이 소싸움에서 딴 돈 1800만원을 갖고 달아나자 화가 나서 그를 쫓는다. 처음에는 돈 때문이고 뒤에는 딸과 약속한 가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거북이 달린다>는 많이 변형되어온 것들의 평범한 또 다른 변형에 속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예측하지 못한 지점에서 마주치게 되는 일련의 사건, 비범하지 않아 보였던 자의 숨겨진 비범함이란 변용의 장르영화가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마도 바닥이 날 때까지 쓰고 또 쓸 줄거리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의 초반부 조필성을 보고 있으면 그의 생활상의 한심하기가 거의 예산의 마틴 릭스(<리쎌 웨폰> 시리즈에서 멜 깁슨의 역할)다. 왜 아닐까. 다만 여기는 시골이고 불타는 몸싸움과 멋진 총 대신 느린 몸집과 허술한 가스총이 등장한다. 조필성을 둘러싼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주변 인물은 재미있다. 건달 친구들이나 무도장의 후배와 주로 묶이는데 그들과 조필성이 함께 있을 때 충청도 사내들의 느린 우정을 과시하는 장면이 유머러스하다.

그런데 변형의 장르영화가 늘 갖게 되는 고심은 중반을 넘어설 때다. 초반은 장르적 포석을 깔아놓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장르를 겪어온 관객이라면 스스로 재미를 내고 흥을 돋울 준비가 되어 있다. 감동시켜야 할 차례는 그 초반을 넘어선 중·후반의 새로움인데 거기서 이 영화는 다소 힘이 떨어진다. 주인공 조필성을 중심으로 한 충청도식 농담이 조금 지겨워질 때쯤 그 대척점에 있는 송기태가 너무 멋있다. 장르의 전제들을 변용할 때는 그 변용의 기술을 좀더 변태적으로 쓰거나 획기적으로 뒤집을 필요가 있다. 어쨌든 요즘 한국영화 안에서는 영웅이 아니라 서민들이 참 많이 분투한다. <거북이 달린다>도 그중 한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