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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 관한 슬픈 드라마 <맨 어바웃 타운>
박성렬 2009-06-17

synopsis 잭 지아모로(벤 애플렉)는 할리우드의 톱 매니저다. 그는 아내인 니나(레베카 로미즌)가 불륜을 고백해 오자 일기쓰기 수업을 들으며 행복하다고만 여겼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철자만 틀리지 않으면 좋으니 일단 쓰고 보라는 강사의 말에, 잭은 아내의 불륜부터 회사의 기밀을 훔친 사실까지도 조밀하게 기록해나간다. 한편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업무로 인한 분노,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스트레스로 잭과 니나의 사이는 걷잡을 수 없이 틀어져만 간다. 그 와중에 잭이 자신을 섭외해주지 않는 데 분노를 느낀 한 여인은 비밀이 담긴 일기장을 훔쳐 신문사에 팔겠다며 그를 협박해온다.

성공신화를 멋지게 꾸며봐도 부질없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역시 냉혹하다. 업계의 사람들은 살아남으려면 일벌레가 되라고 강요한다. 그 모양이 노래 부르다 죽은 베짱이에게 마냥 꼴 좋다고 할 수는 없을 지경이다. 잭 지아모로는 하루하루 일기를 써나가며 업계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놓쳤음을 반성하게 된다.

<맨 어바웃 타운>은 성공에 관한 슬픈 드라마다. 성공하고도 아내와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잭의 모습은 행복과 성공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잭은 독한 오기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어른이 된 그에게 우유부단하고 퉁퉁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 대가로 그가 포기한 것은 물론 정신적인 행복들이다. 영화가 주는 교훈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현할 정도로 내러티브의 완성도가 높지는 않다. 특히 일기장을 훔쳐가는 악당이 등장하면서 중심 줄거리의 집중력이 많이 약해진다.

벤 애플렉은 비교적 적은 표정으로 잭을 연기하지만 감정이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의 표정은 수심에 잠겨 웃을 수 없는 잭과 묘한 교집합을 이룬다. 벤 애플렉의 심각한 얼굴은 그가 망가지는 장면에서 독특한 웃음으로 반전된다. 호흡을 맞추는 레베카 로미즌도 몸매만 뛰어난 게 아니다. 진지한 얼굴로 설교만 한다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다행스럽게도 <맨 어바웃 타운>은 슬프고 어두운 장면에서도 해학이 묻어나는 드라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경력이 있는 마이크 바인더도 사무실 동료 ‘마티’로 직접 출연해 작은 웃음들을 선사한다. 일기 강사 프림킨 역으로 출연하는 원로 코미디언 존 클리즈나 잭의 친구 역으로 출연하는 애덤 골드버그의 얼빠진 모습들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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