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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고, 그들의 최악 <스타워즈: 에피소드1>
2001-11-29

마니아 호평 불구 최악의 속편으로 선정된 <스타워즈: 에피소드1>

스스로를 영화 마니아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다지 호들갑스러운 성격은 아니다. 예를 들어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시사회는 못 가더라도 최소한 개봉 첫날에는 봐야 한다든지, 사고 싶은 비디오나 DVD가 있으면 반드시 출시날짜를 기다렸다가 출시되자마자 산다든지 하는 성격이 아닌 것이다. 더 깊이 생각해보면 딱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정한 감독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어떤 때는 우리나라 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나를 영화 마니아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영화 마니아가 될 최소한의 자격은 갖추고 있다고 안심시켜주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나의 애정이다.

그런 애정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태어나서 유일하게 ‘반드시 시사회에서 봐야 한다’고 지정해놓고 시사회를 참석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을 돌파하고 기어이 본 영화는 단 네편, <스타워즈: 에피소드4, 5, 6>의 스페셜 에디션과 <스타워즈: 에피소드1>뿐이다. 또다른 예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LD/DVD 컬렉션 중 가장 비싼 것이 바로 LD 9장으로 구성된 <스타워즈: 특별판>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장난감 가게에서 본 거대한 X-Wing 모형을 사가지고 오지 못한 것을 천추의 한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그나마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테마로 만들어진 블루마블 게임세트를 구입해온 것이 위안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가장 최근에는 <…에피소드1>의 DVD가 출시되는 날을 고대하다가, 점심시간을 쪼개어 DVD를 구입한 경험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할 경우, 배송이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출시일을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워즈>에 대한 이런 애정은 비단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에피소드1>의 DVD가 미국에서 출시 2주 만에 무려 220만장이나 팔려나갔다는 사실은 이를 잘 드러내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출고된 2만6500장 중 절반에 가까운 1만3천여장이 출시 뒤 4일 만에 판매된 것으로 잠정 집계되어 화제가 되고 있을 정도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루카스필름 마케팅 부회장 짐 워드가 “한국에서 <…에피소드1> DVD에 대해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어, 나 또한 흥분된다”고 했을 정도로, 한국시장에도 수많은 <스타워즈> 마니아들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축제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웹진인 에서 얼마 전 ‘최악의 속편들’이라는 특집을 발표한 것. 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재미있는 주제의 이 특집을 굳이 ‘찬물’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최악의 리스트 1위에 당당히(?) <…에피소드1>가 뽑혔기 때문이다.

그 ‘최악’의 이유로 이 제시한 것들 중에는, 영화 속에서 우주전쟁의 원인이 된 ‘은하계의 무역정책’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사소한 이유도 끼어 있다. 또한 원제목()이 거의 시에 가까울 정도로 길다는 것도 사소한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광선검에 미쳐 있는 마니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스몰에게 쥐어준 양방향 광선검도 너무 눈에 보이는 ‘잔머리’라는 혹평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도 걸고넘어지며, 그의 연기가 <트레인스포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혹평까지 할 정도. 하지만 무엇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자자 빙크스를, <…에피소드1>이 최악의 속편이 되게 만든 일등공신으로 내세웠다. 이런 의 평가에 대해 <스타워즈> 마니아들 중에서도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마니아들이 <…에피소드1>에 대해 실망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피소드1>이 다른 최악의 속편들 중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은 조금 부당해보인다. 예를 들어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악당들이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이유로 2위를 차지한 <배트맨과 로빈>보다 <…에피소드1>이 못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 굳이 이유를 찾자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정도가 되겠지만, 너무나 가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떨칠 수 없다. 참고로 은 최악의 커플로 꼽힐 수 있는 제이슨 페트릭과 샌드라 불럭이 등장한 얀 드봉 생애 최악의 작품 <스피드2>를 3위에, 전편의 신화를 등에 없고 더 많은 돈과 더 좋은 장비로 만들어졌지만 최악의 결과가 나온 <블레어윗치2>를 5위에 올려놓았다. 이 밖에도 마이클 케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86년작 <조스4: 복수>를 6위에, 마이키에게 대소변을 가리는 것을 가르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마이키 이야기2>를 7위에 각각 올려놓았다.

여하튼 한창 DVD가 잘 나가는 상황에서 터져나온 의 이 따끔한 공격을, 조지 루카스를 비롯한 <스타워즈>의 제작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다시 한번 공개적인 비난을 받은 자자 빙크스를 과연 내년에 개봉할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들의 공격>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무척 흥미롭다. 이러한 마니아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이해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배급사인 20세기폭스사는 내년 5월17일로 예정되었던 <…에피소드2>의 개봉일을 하루 앞당겨 5월16일로 조정한다고 얼마 전 발표한 상황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개봉 예정일은 여름 시즌을 겨냥한 7월5일로 잡혀 있다.

특집 - 최악의 속편들 http://www.eonline.com/Features/Topten/Worstsequels/

<스타워즈: 에피소드1> 공식 홈페이지 http://www.starwars.com/episod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