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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부 6인방의 성장담 <킹콩을 들다>
장미 2009-07-01

synopsis88서울올림픽. 메달의 색깔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역도선수 이지봉(이범수)은 오랜 지병이 도져 쓰러진다. 선수생활을 끝낼 수밖에 없었던 그는 나이트 삐끼로 일하던 중 전 코치의 배려로 보성여중의 역도 코치로 발령받는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역도를 떠난 지 오래. 그런 그를 탈바꿈시키는 건 천진한 시골 소녀들이다. 통짜 라인을 타고난 영자(조안)와 뚱뚱해도 가장 순정파인 현정(전보미), 엄마를 극진히 위하는 여순(최문경), 괴력의 소유자 보영(김민영), “FBI가 되는 게 인생 목표”인 수옥(이슬비), 역도복의 매력에 빠져든 민희(이윤회) 등 역도부 6인방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영화에서 찾자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천하장사 마돈나>와 같은 핏줄이다. 뼈대는 실화를 토대로 여성 운동선수를 내세운 스포츠영화요, 내용은 그들의 성장통을 짚어내는 학원드라마에 가깝다. 특출난 면을 꼽자면 핸드볼만큼이나 비인기 종목인 역도를 풋풋한 소녀들에게 전수한다는 점. ‘마돈나를 꿈꾸는 씨름선수’에 버금갈 만한 설정이다. 그중 초반을 장악하는 건 역도부 6인방의 성장담이다. 이지봉이 보성에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긴 해도 영화는 하나씩 상처를 감춘 시골 아이들의 변화, 성공한 역도선수로 성장한 영자가 과거를 돌이키며 어떤 교훈을 얻는지에 집중한다.

천천히 밝혀지지만 여섯명의 아이들에겐 모두 자신만의 전사가 있다. 영자는 고아고, 현정은 왕따이고, 여순은 아픈 엄마를 걱정한다. 보영은 힘이 세고, 민희는 패션에 민감하며, 수옥은 엉뚱한 모범생이다. 바벨을 머리 위로 애써 들어올리는 행위는 소녀들의 성장과 더불어 상징적인 의미를 띤다. 코미디 역시 앞부분에 몰려 있다. 예쁘기보다 튼실한 쪽에 가까운 시골 소녀들은 추운 날씨에 역도복 하나만 달랑 걸친 채 운동장에 집합하는가 하면,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똥을 싸는 민망한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들의 학교생활은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모든 배우들이 촬영기간을 포함해 2개월가량을 연습한 덕분인지 씨름신들 역시 어색한 기색없이 현실적이다. 극의 절반쯤이 지나고 영자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면 갈등은 시작된다. 이지봉과 대립하던 여고의 역도 코치가 그들을 갈라놓고, 스승과 멀어진 소녀 역사들은 힘을 잃는다. 이후에 펼쳐지는 건 비극으로 점철된 절절한 신파드라마다. 감동을 좀더 확실히 강조하고자 소녀들은 손찌검, 발길질까지 고스란히 감내한다. 지나치게 도식적인 후반부를 조금 쳐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이범수가 자애로운 ‘킹콩’ 선생님 이지봉을, 조안이 소처럼 순한 영자를 연기했다. 2000년 전국체전에서 15개 금메달 중 14개 금메달과 1개 은메달을 휩쓴 순창여고 역도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태풍>의 조감독이었던 박건용 감독의 장편상업영화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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