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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영화 74편 올가이드 [5]
김혜리 2001-11-30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안경에 왜소한 체구, 계단 밑 벽장에서 지내온 외토리 소년 해리. 11살 생일이 다가오지만, 부모를 잃고 페투아니아 이모 부부와 심술맞은 사촌 더들리에게 구박당하며 살아온 해리에게는 별다른 기대가 없다. 하지만 자정이 지나 생일이 되는 순간, 선물처럼 상상치 못한 세계로의 초대장이 날아든다. 거인 해그리드가, 마법사라는 해리의 정체와 함께 전설적인 마법학교 호그와트에 초대된 사실을 알려온 것이다. 벽장의 음지에서 빠져나와 호그와트 특급에 올라탄 소년을 기다리는 것은 상상이 현실로 펼쳐지는 마법의 세계. 빗자루를 타고 나는 것은 기본. 변신술, 약초와 마술지팡이 이용법 등 갖가지 마법과 신비의 동물들이 실존하는 판타지 세상이다. 이곳에는 전설적인 ‘마법사의 돌’을 노리는 마왕의 음모 또한 도사리고 있다. 마법 수업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인 해리는, 친구들과 함께 마법사의 세계를 지키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잘 알려진 영국의 베스트셀러 아동소설에 바탕한 영화. 세계 수십개국에서 1억부 이상의 판매기록을 올린 조앤 K. 롤링의 원작소설은 <반지의 제왕>과 더불어 20세기 판타지문학의 절정으로 꼽힐 법하다. 하지만 소설의 인기와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반비례하기 십상인 만큼, 예비 관객의 조바심이 컸던 것도 사실. 과연 원작의 매혹적인 어두움과 기상천외한 마법의 판타지를 실사로 다 옮겨낼 수 있을까. 팬들의 기대치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지난 11월16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는 5일 만에 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데이빗 커퍼필드>의 마술사 아역을 지낸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주연을, <나 홀로 집에>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훈훈한 가족영화를 만들어온 크리스 콜럼버스가 연출을 맡고, 첨단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해서 지어낸 꿈의 실체는 내달 중순에 확인할 수 있다.

마리 이야기

<덤불 속의 재>의 이성강 감독이 만든 첫 장편애니메이션. 바닷가 마을의 내성적인 소년 남우의 판타지를 정감어린 디지털 그림으로 담았다. 실사 배경을 기초로 완성해낸 정교한 그림은 이성강 감독의 전작을 이으면서 또다른 맛을 전한다. 음악은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담당. 환상 속의 주인공 마리는 흰털이 온몸을 감싼 말없는 소녀로, 남우의 일상 속에 짧은 장면들로 스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아련한 어린 시절 그림일기 같은, 달콤한 낮잠 같은, 한 소년의 오래된 러브판타지.

우렁각시

대대로 전해내려온 설화에는 뭔가 재미있는 게 있다. 우렁각시 설화를 각색하며 남기웅 감독은 상상력의 조미료를 듬뿍 쳤다. 주인공 청년은 불법으로 총기를 제조하는 철공소 직원. 어느날 기력없는 노인을 업어다준 대가로 장독 하나를 받게 된다. 우렁이를 키우는 따발총 할멈이 준 우렁이들을 아무 생각없이 독 안에 넣어둔 건태 앞에 뿔 달린 우렁각시가 나타나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주연을 맡은 고구마가 영화음악도 담당. 애니메이션과 특수효과들이 대거 삽입돼, 엽기발랄한 재미를 한껏 살릴 예정이다.

런투유

혼란한 한때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재일한국인 클럽가수 히로시(다카하시 가즈야), 일본에서 불법체류하다 서울로 추방된 상류사회 진출을 꿈꾸는 여성 경아(채정안), 야쿠자 조직의 막내인 재일동포 3세 기무라(야마시타 데쓰오) 등의 그늘진 청춘들의 치열한 삶을 그렸다. 다카하시 가즈야는 <허쉬!> <가미가제 택시> 등에 출연한 배우 겸 가수. 역시 가수인 채정안과 함께 극중 클럽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

얼론

범인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감각적 공포스릴러. 고아가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인 애드거 앨런 포의 시 ‘얼론’에서 모티브를 딴 작품이다. ‘제2의 대니 보일’로도 불리는 24살의 젊은 영국감독 필립 클레이든의 데뷔작으로, 애정결핍 상태인 살인자의 심리를 독특한 영상언어로 표현했다. 탁한 초록빛이 감도는 조명, 극단적인 클로즈업, 슬로모션, 빠른 편집방식, 컴퓨터와 기계음을 합성한 괴기한 음향효과 등이 시종일관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국 내 시사회에서는 영화 상영중 관객들이 구토하는 일도 있었다고. 비록 영화에는 단 한번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범인 알렉스는 과거로부터 들려오는 음성의 지시에 따라 살인을 하는 인물. 그가 의도치 않게 사랑하는 여자들을 연쇄살인하는 과정을, 영화는 마치 카메라 자체가 범인인 양 철저한 1인칭 시점으로 섬뜩하게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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