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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園 천국! 낙원에서 봐요
문석 2009-07-21

제1회 낙원음악영화축제, 7월21일부터 8월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신사동에 신사만 사는 게 아니고, 수표동에 수표가 날아다니지 않으며, 방학동 학생들이 늘 방학을 맞는 게 아니듯, 서울 종로구 낙원동은 모든 이의 파라다이스가 아니다. 하지만 낙원동은 특정한 사람들에겐 진정한 낙원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낙원악기상가를 앞마당처럼 들락거리는 음악인들이나 이 상가 4층에 자리한 서울아트시네마를 안방처럼 드나드는 시네필이라면 이곳을 꿈의 공간이라고 부를 것이다.

7월21일부터 8월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제1회 낙원음악영화축제는 낙원동을 자신의 천국으로 여기는 이들을 위한 행사다. 한마디로 영화와 음악이 만나는 잔치가 열린다는 말이다. 국내외 음악영화 15편과 낙원상가를 다룬 다큐멘터리 <음악인의 40년 고향 “낙원”에 가보셨나요?>가 상영될 뿐 아니라 라이브 공연, 직장인밴드 경연대회, 사진전 등 부대행사가 함께 열리는 이번 행사는 지역사회의 특성을 프로그램 안에 반영하는 흔치 않은 경우다. 서울아트시네마쪽은 “현대화의 그늘로서만 인식되기 쉬운 오래된 도심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촉구하고, 오래된 건물이 지니는 역사적이고 도시문화적인 측면을 조명하는 작지만 소중한 시도”라고 이번 영화제의 의의를 밝힌다.

3개로 나뉜 영화 섹션 중 가장 눈이 가는 건 ‘러시아 뮤지컬 특별전’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기치가 소비에트 연방을 뒤덮던 시절인 1930년대부터 80년대 사이 소련 체제 아래서 만들어진 뮤지컬영화가 최초로 소개되는 섹션. 그리고리 알렉산드로프 감독의 <즐거운 사람들>(1934), <볼가강>(1938) 같은 뮤지컬 코미디나 이반 피리예프 감독의 <트랙터 드라이버>(1939), <쿠반의 코사크>(1940)처럼 러브스토리를 담은 뮤지컬에서조차 체제에 대한 애정 또는 선전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 관점에선 차라리 흥미롭다. 반면 보석 밀수를 소재로 한 레오니드 가이다이 감독의 코미디 뮤지컬 <다이아몬드 팔>(1968)이나 카렌 샤흐나자로프 감독의 가슴 찡한 뮤지컬 <가그라의 겨울밤>(1985) 같은 현대영화에서는 ‘망치와 낫’의 존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낙원-Rock園 천국!’ 섹션에서는 록영화의 문제작들이 소개된다. 더 밴드의 마지막 공연을 담은 마틴 스코시즈의 <라스트 왈츠>(1978)에서부터 록 뮤지컬의 고전인 밀로스 포먼의 <헤어>(1979), 핑크 플로이드의 동명 앨범을 무정부주의적 시선으로 담아낸 앨런 파커의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등이 상영될 예정. ‘락을 보다, Look & Rock’은 국내 뮤지션의 음악과 삶을 담아낸 영화 4편으로 이뤄졌다. 윤도현밴드의 영국 투어를 담은 김태용의 <온 더 로드, 투>(2005)를 비롯해 두개의 달의 아일랜드 여행을 쫓은 임진평 감독의 <두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2008) 등이 선보일 예정.

<헤어>

<다이아몬드 팔>

한편, 7월23일 오후 8시에는 오! 부라더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이 출연하는 공연 <낙원의 밤-Live is Life!>가 열리고, 25일 오후 2시에는 예선을 거친 8팀이 참가한 가운데 직장인밴드 경연대회가 개최된다. 31일 오후 7시에는 낙원상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하는 포럼도 열릴 예정이다. 아직 여름휴가 장소를 잡지 못한 이들이라면 ‘낙원’으로 향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