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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 여자의 성장담 <내 남자는 바람둥이>
장미 2009-07-22

synopsis 브렛(사라 미셸 겔러)은 초짜 책 편집자다. 뉴욕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그녀는 작가 사인회를 찾았다가 일류 편집자인 아치(알렉 볼드윈)와 만난다. 둘은 보자마자 강렬한 호감에 휩싸이지만 아치는 딸 하나를 슬하에 둔 이혼남으로 알코올중독자이자 극심한 바람둥이다. 브렛이 빌려쓰는 아파트의 주인인 숙모 힐다와도 젊은 시절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 수많은 어려움에도 브렛은 아치와 데이트를 시작하고 짧고도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지만 아치가 한때 그녀의 출판사 편집장과도 관계를 맺었음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빠진다.

대도시로 갓 올라온 20대 여성은 어떻게 커리어우먼으로 탈바꿈하는가. 제목만 보면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 같지만 <내 남자는 바람둥이>는 사회 초년생 여자의 성장담에 가까운 영화다. 원제목은 ‘Suburban Girl’, 교외에 사는 소녀라는 뜻이다. 이야기의 중심인 브렛-아치 커플 역시 그 핵심을 들여다보면 연인이라기보다 사제 관계에 가깝다. 같은 직업에 종사하고, 명작을 섭렵했으며, 위트있는 토론으로 애정을 가늠한다. 성공한 남성인 아치가 젊음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수혈받길 원했다면 총명하되 설익은 브렛에게 필요한 건 적확한 조언을 던져줄 애정 어린 선임자다. 영화는 어린 여성들의 마음을 손쉽게 사로잡곤 하는 나이 든 남자 판타지, ‘키다리 아저씨’ 증후군을 자극한다. 브렛이 매너의 기술을 훈련받지 못한 또래 남자친구를 차버리고 아치에게 안기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단테가 지옥을 “친밀함없는 접근”이라고 쓴 적이 있느냐를 두고 주인공 남녀가 <신곡>을 뒤적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듯, 영화는 아름다운 창작물과 그 창조자들, 그들의 날카로운 필담을 서슴없이 인용한다. 노만 메일러와 밀란 쿤데라, 제임스 조이스를 아는 이라면 은근히 낄낄거릴 대사들이 수두룩하다. <세렌디피티> <어느 멋진 순간>을 집필한 시나리오작가 출신의 마크 클레인이 각본과 연출을 겸했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 이 영화로 연출 데뷔한 그는 확실히 여성의 심리 파악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 아버지와 연인을 떠나보낸 브렛이 청바지 대신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검은 가죽바지를 꺼내 입은 모습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걸 보면. 사라 미셸 겔러와 알렉 볼드윈이 나이 차이 탓에 부녀로 분류되기도 하는 불운한 커플을 연기했다. 원작은 멜리사 뱅크의 베스트셀러 <소녀들을 위한 헌팅과 피싱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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