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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독일의 잔혹사 <바더 마인호프>
김용언 2009-07-22

synopsis 1967년 6월2일 서독. 이란의 전제군주 방문 반대 집회에서 한 대학생이 경찰의 총을 맞고 사망한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정부의 정책과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혁명 단체들의 움직임이 과격해진다. 열혈청년 바더(모리츠 블라입트라이)는 연인 에슬린(요한나 보칼렉)을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백화점 방화를 주도하고, 좌파 언론인 마인호프(마르티나 게덱)가 이들에게 공감하고 활동에 동참하면서 ‘바더 마인호프 그룹’이 결성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정부에 대항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한 이들은 테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한다.

“혁명은 결코 고상하거나 아름다울 수 없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계급을 뒤엎는 폭력적인 행위다.”(마오쩌둥) 울리 에델의 <바더 마인호프>는 1967년부터 1977년까지 혁명적 좌파 집단 RAF(적군파)의 1세대 ‘바더 마인호프 그룹’을 좇으며 마오쩌둥의 선언을 고통스럽게 입증한다. 다시 말해 그동안 폴커 슐뢴도르프의 <레전드 오브 리타> 혹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접해온 현대 독일의 잔혹사가 150분 동안 숨가쁘게 펼쳐진다.

당시 적군파에 ‘드레스덴, 히로시마, 베트남’은 동일한 의미였다. 1·2차 세계대전의 가장 아픈 상처인 드레스덴과 히로시마, 그리고 ‘미 제국주의’가 파괴하는 베트남은 인간성의 고귀함과 자유의 가치를 역설하는 상징적 존재였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와 전체주의를 동등하게 증오하는 이들에게, 싸워야 할 적은 너무 많았다. 그들은 패배를 예감하지 않았고, 노동자와 제3세계 인민들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바더 마인호프>는 적군파 주인공들을 영웅시하지 않으면서도, 비극적 신화의 구조를 닮은 이들의 사상적 분열과 갈등을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항의와 저항, 무장 강도와 몰수 사이를 가름하는 명확한 기준은 어디인가? 테러와 살인, 비행기 납치 등으로 이어지는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의 순환이 사회 시스템의 현대화(전자신분증제도 도입, 대테러부대 조직 등)를 앞당겼다는 결과적 아이러니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이제는 ‘그들만의 사건’이 아님을, 우리는 순진한 방관자에 불과하다고 우기고 싶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연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공동체의 운명을 절감케 하는 시각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 드는가? <바더 마인호프>의 상영관을 나서는 순간, (한국의 지금을 살고 있는) 당신은 더이상 순진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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