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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런던] 브루노, 뼈있는 웃음이 좋다

<브루노>는 꾸준히 영국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켜온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을 단번에 내려앉힌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오스트리아 출신 패셔니스타 브루노로 분한 사샤 바론 코언이 다시 한번 미국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황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주일째 비가 내리던 7월의 어느 날, 런던 시내 한 극장에서 <브루노>를 보고 나온 대학원생 아즈미 록하트를 만났다. 찰리 채플린의 광팬이기도 한 그는 논문 마무리 작업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사샤 바론 코언을 다시 보기 위해 만사를 제치고 극장을 찾았다고 했다.

-코미디영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즐거운 영화가 좋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블랙코미디가 좋다. 요즘 개봉하는 몇몇 코미디영화들은 재미는 있지만 보고나면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단순하고 지루한 플롯에 슬랩스틱을 양념 삼아 만들어내는 억지웃음에서는 어떤 카타르시스도 느끼지 못한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보는 내내 배꼽을 쥐지만 어쩐지 서글퍼지지 않나. 이런 뼈있는 웃음이 좋다. 그래서 <미스터 빈>이 어떻게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미스터 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더라. =캐릭터 자체는 충분히 사랑스럽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의 영화에서 황당하고 엉뚱한 행동들을 제외하면 과연 플롯이라는 것이 있나 싶다. 코미디영화에도 정교한 플롯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찰리 채플린의 명작들을 한번 봐라.

-채플린의 광팬인 것 같다. =어떻게 채플린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 <시티 라이트>는 100번도 넘게 본 것 같다. 영화 후반부 눈먼 꽃집 아가씨를 차지하기 위해 시합에 나선 찰리가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악수를 하고 다니는 장면은 잊히지지가 않는다. 잔뜩 겁먹은 찰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민중의 삶이 오버랩되기도 하고.

-그럼 보랏과 브루노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보랏과 브루노의 황당한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의 어떤 모순점이 떠오르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도 유색인종이면서 흑인들을 보고 초콜릿이라고 서슴없이 부르는 보랏이나 입양한 흑인 아이에게 서슴없이 O. J.(O. J. 심슨)라고 부르는 브루노의 행동들은 코미디 캐릭터들이 으레 보여주는 철없는 행동 이상의 것을 내포하고 있는 듯 보인다. 웃으면서도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갈린다. 영화는 만족스러웠나. =아주 만족한다. 도입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웃었는지 지금도 얼굴이 얼얼하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을 유혹하는 장면도 재미있었지만, 토크쇼에 나가 흑인 아이를 입양한 이유가 단지 ‘아이폿’ 때문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브루노도 보랏만큼 독특한 캐릭터인 것 같다. 미국과 기독교 사회를 은근히 비꼬는 그의 모든 기행들이 너무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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