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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전> 보러 오세요

‘다큐 인 나다’ 매주 수요일 오후 8시20분, 하이퍼텍나다에서

하이퍼텍나다의 다큐멘터리 정기 상영회 ‘다큐플러스 인 나다’가 ‘다큐 인 나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시작한다.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20분. 국내 여러 영화제들에서 주목받은 다큐멘터리들을 한달 단위로 상영하며 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된다. ‘다큐 인 나다’의 포문을 열 8월의 프로그램으로는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올해 상영작들 중 4편이 엄선되었다.

<앞산전>

<하늘연어>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다가 육지라면> <뽀삐> 등으로 알려진 김지현 감독의 반가운 신작 <앞산전>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한 여자가 카메라를 마주보고 앉아 얼룩덜룩한 천 조각을 뭉쳐서 무언가를 만든다. 그녀의 이름은 이진경. 이진경은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화가다. 도입부에서 그녀는 잿더미가 된 자신의 작업실에서 타버린 물건으로 예술작업을 하는 중이다. 이후 영화는 불탄 책으로 화판을, 라면 봉지로 꽃을 만들며 ‘똥이 없는 작업이 좋은 작업’이라고 굳게 믿는 예술가의 일상을 따라간다. 이런 어여쁜 예술작업이 팬시한 낭만이 아니라 노동이며, 삶의 스타일이 아니라 삶의 조건과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앞산전>은 이진경이 쌈지길 아트디렉터로 일하며 오랜 빚을 청산한 뒤, 자신의 터전이 있는 홍천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전시회의 이름이다. 예술가의 삶과 예술작업 혹은 작품이 가장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수준에서 어떻게 서로를 지탱해줄 수 있는지, 어떻게 아름다운 일치를 이루어내는지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다.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상영작, 임춘민 감독의 <평촌의 언니들>은 2007년 뉴코아 킴스클럽 계산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기다. 비정규보호법안 시행을 한달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6월23일부터 시작된 파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데, 싸움의 과정은 지난하기만 하다. 영화가 목도하는 건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이자, 집안의 생계마저 책임져야 하는 언니들이 열혈투사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점거투쟁을 위해 모처럼 외박을 감행한 뒤의 웃음과 냉담한 세상에 대한 서운함의 눈물, 돈독해진 우정의 수다 같은 것들이다. 싸움의 효율성이나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영화는 여기서 이중으로 주변화된 이들의 질긴 생명력을 본다.

안건형 감독의 <고양이가 있었다>는 세 번째 상영작으로,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언급할 만한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중심은 해운대 미포에 자리한 작은 횟집과 횟집을 운영하는 가족에게 맞춰진다.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태풍과 거대 상권의 위력 앞에서 점점 위태로워지는 이 횟집, 나아가 이 가족의 현실을 일상적인 스케치를 통해 보여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모든 것이 픽션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게 하는 장면들이 연이어 나온다. 이러한 연출방식을 두고 감독은 “조작된 다큐멘터리, 연출되지 않은 픽션”을 만들어내는 작업의 중요성을 밝히며 사실주의를 신봉하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형식에 과감히 도전한다.

8월의 마지막 작품인 김정인 감독의 <하늘연어>는 전라북도 완주군의 ‘아름다운 집’에 기거하는 노인들의 말년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과거 어떤 삶을 영위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이 공간에서만큼은 모두 동등하게 죽음을 바라보는 존재들이다. 영화는 병들고 초라해진 육체에서 나오는 삶의 서글픔뿐만 아니라 죽음의 순간까지도 여전히 꺼지지 않는 생의 희로애락을 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