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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21세기 버전 <어글리 트루스>
김용언 2009-09-16

synopsis고품격 교양 방송을 지향하는 아침 뉴스 PD 애비(캐서린 헤이글). 그녀는 이것저것 까다로운 취향과 기준을 100% 만족시켜줄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남자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심야 TV쇼의 섹스 카운슬러 마이크(제라드 버틀러)는 ‘사랑=섹스’라는 대담하고 노골적인 입담을 과시하며 애비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송계를 발칵 뒤집는다. 두 번째 남자는 애비의 앞집에 새로 이사온 완벽한 미남 의사 콜린(에릭 윈터). 마이크는 애비의 내숭을 냉정하게 꼬집으며, 콜린을 사로잡기 위한 비법을 전수한다.

애들은 가라! <어글리 트루스>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21세기 버전이다(멕 라이언의 그 유명한 ‘가짜 오르가슴’은 여기서 캐서린 헤이글의 현란한 몸개그로 재현된다). 여기서 로맨틱코미디가 점점 더 직설적으로 진화 중이다. 그 옛날 에른스트 루비치의 영화들이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등에서 우아하게 암시되던 온갖 제스처들이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어로 등장한다. “거미줄 친 나의 거시기”라든가 “남자 창녀 같으니” 등등.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과장되고 희화화되는 순간 영화는 화장실-섹스-코미디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어글리 트루스>가 섹스코미디와 로맨틱코미디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잡을 수 있는 건 현실감각 덕분이다. 적나라한 육체적 결합은 최소화하되, 단지 입으로만 주절거리는 속사포 음담패설과 현실적인 연애상담은 묘한 성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매듭이다. 너무 편하게만 굴(거나 혹은 너무 싼티나게 굴)면 절대 연애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현실 연애의 법칙은 로맨틱코미디 장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음악의 사용 역시 로맨틱코미디의 현재진행형을 가늠케 한다. 얼마 전 개봉한 <프로포즈>에서도 80년대를 휩쓸었던 MC 해머의 <U Can’t Touch This>와 롭 베이스와 DJ 이지 락의 <It Takes Two> 등을 인상적으로 사용했더랬다. <어글리 트루스>에서는 니카 코스타의 <Everybody Got Their Something>과 플로 라이더의 <Right Round> 등이 경쾌하게 들썩거린다. 과거 로맨틱코미디의 주제가들은 이지 리스닝 계열의 발라드거나 스탠더드 재즈쪽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육체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힙합 베이스 음악들이 침범해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시한부 연인 때문에 통곡하던 이지 역의 캐서린 헤이글, <300>으로 세상을 호령하던 제라드 버틀러가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종횡무진 <어글리 트루스>를 누빈다. 초식남, 된장남, 건어물녀 등의 쓸데없는 카테고리가 싫증나고 짜증난다면, 이 짐승 같은 남자 마이크와 똑똑한 듯하면서 허당인 여자 애비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리라. 그런데 이렇게 짐승 같으면서 귀엽기까지 한 남자가 과연 현실에 존재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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