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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팀과 팬들을 주인공 삼은 스포츠 다큐멘터리 <나는 갈매기>
이영진 2009-09-23

synopsis 59승4무70패. 35승1무97패. 39승3무91패. 50승11무72패.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롯데 자이언츠는 ‘꼴(찌롯)데’의 수모를 벗지 못했다. 2005년 5위로 상승했지만, 2006년과 2007년에는 프로야구 8개 팀 중 7위로 다시 내려앉았다. 전환점은 2008년. 야구에 대한 열기가 전국 최고인 홈 관중의 응원에 힘입어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2009년 시즌 개막과 함께 우승후보 중 하나로 떠오른다. 하지만 초반의 승승장구는 주전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이내 가로막히고, 야도(野都) 부산의 자존심 또한 구겨지기 시작한다.

<해운대> 중 배꼽 빠지는 한 장면. 만식(설경구)은 야구장을 찾았다가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에게 주정을 부린다. 돼지새끼 운운하며 병살타를 많이 먹어서 배부르냐고 약 올린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스타 플레이어에게 막말을 쏟아내는 만식이 같은 이가 실제로 있을까. 궁금하다면 <나는 갈매기>를 보라. ‘만식이’, 정말 많다. 오렌지색 봉지를 귀에 걸고 신문지 응원을 펼치는 부산 갈매기들의 넘치는 애정은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에겐 채찍인 동시에 부담이다. 잘하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내지만, 못하면 가차없이 쌍욕을 날리는 갈매기들 앞에서 쓰러진 ‘거인’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나는 갈매기>는 롯데 자이언츠팀과 팬들을 주인공 삼은 독특한 소재의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를 좋아했으나 ‘롯데 자이언츠 아니면 프로야구는 없다’는 아버지 때문에 부산 갈매기가 된 청년, 롯데 자이언츠 경기 때마다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며 타순을 줄줄 외는 고령의 할머니에 이어 열혈 갈매기들의 사연이 줄줄이 이어진다. 더그아웃에 서식하는 갈매기들도 물론 있다. 팀 기록관은 출근할 때 오른쪽 길로 가는 날은 경기에 진다며 굳이 왼쪽 길을 택하고, 팀 관계자는 부상 선수가 더이상 나오지 말게 해달라며 경기장에 막걸리를 뿌린다.

무엇보다 부담백배의 응원에 화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선수들의 답답한 심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 본 대목들을 놓쳐선 안된다. 팬으로부터 도대체 언제 출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난감해하는 에이스 투수 손민한, 배트를 집어던지며 화를 내는 아들 앞에서 말없이 타격 시범을 보이는 가르시아의 아버지, 빈볼로 인해 앰뷸런스에 실려 나가는 선수를 보고 분을 참지 못하는 공필성 코치, 롯데 자이언츠 선수가 아닌 SK와이번스 선수였으면 좋겠다는 어린 아들의 말에 당황했다는 투수 임경완. 단조로운 구성이 약점이지만, 더그아웃 너머 로커룸까지 침투해 진짜 ‘갈매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것은 롯데 자이언츠 팬이 아니더라도 흥미롭다(이 프리뷰는 최종편집 이전 상태의 버전을 보고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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