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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집스런 의협 정신이여
2009-10-09

‘조니 토 특별전’과 마스터클래스 여는 조니 토의 작품세계

<암전>

필자는 조니 토의 작품을 몇 년째 연구해 오면서 텔레비전에서 활동한 시기의 영향에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텔레비전 드라마와 무협영화의 영향을 받은 3가지의 특징으로 좁혀진다. 텔레비전 활동 시기의 조니 토의 심층 연구내용을 간단하게 묘사해 보면 이렇다.

액션·멜로·코미디…다양한 분야에 정통

첫 번째. 조니 토가 텔레비전에서 활동하던 시절 대부분 드라마 시리즈 촬영에서 디지털 연출을 맡았다. 드라마 시리즈는 연기자가 같더라도 각 연출자들의 작업 스타일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작품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까닭에 느낌이 서로 다른 드라마 시리즈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런 파트 분담 식 제작 방식으로 각 연출자들이 실력을 겨룰 좋은 기회가 됐을 뿐 만 아니라 연출자들의 문제 해결능력, 적응력을 향상시켰다.

최근 서극, 임영동과 조니 토 감독의 합작품 <트라이앵글>(2007)을 살펴보면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세 감독이 바톤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극 감독이 발단을 맡고 임영동 감독이 전개 부분을, 조니 토 감독은 결말 부분을 연출했다. 이러한 구성은 글자 그대로 텔레비전 드라마 형식의 구성 방식으로 세 명 감독의 각기 다른 제재상의 흥미와 차이를 느껴 볼 수 있다. 서극 감독은 역사적인 재미를, 임영동 감독은 낙(樂)의 리듬을, 조니 토 감독은 무협적인 분위기를 추구하고자 했다. 그들은 마치 예전 텔레비전의 모습으로 회귀한 것처럼 서로를 격려하면서 기량을 뽐냈다.

텔레비전 연출 시절의 경험은 조니 토에게 좀 더 다각화되고 융통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줬다. 작업을 하면서 촬영 현장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방법과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 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실제로 조니 토가 영화계에 발을 들인 초기에 만든 비극적인 드라마 <우견아랑>(1989), 기괴한 사극 액션 <심사관2: 제공>(1993), 실제상황을 그린 영화 <화급>(1997)이나, 자신의 영화사 ‘밀키웨이 이미지’를 설립한 후 촬영한 오피스 멜로영화인 <니딩 유>(2000), 코미디인 <역고력고신년재>(2002), 그리고 홍콩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좋은 인상을 심어준 <암화>(1998), <미션>(2000), <PTU>(2003)와 같이 범죄조직이나 경찰을 다룬 작품들까지 이 모든 영화들은 그가 정통한 다양한 분야를 보여준다.

<대척료>

무대형식의 조명으로 자신만의 세계 창조

두 번째. 조니 토는 스튜디오 형식을 선호한다. 야외 로케이션 화면이든 스튜디오 세트 화면이든 그의 엄격한 통제 아래 이뤄졌다. 최근 들어 그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은 강렬하게 대비되는 조명의 사용이다. 특히 외부 촬영시 많이 사용되는데 무대 조명 효과처럼 그가 중점을 두고자 하는 사물과 인물만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조명효과가 가장 개성적으로 표현 되어 으뜸으로 꼽히는 예가 <PTU>다. 그 후의 <대척료>(2003)와 <유도용호방>(2004) 역시 조명효과가 잘 표현된 예로 꼽힌다. 이러한 성향은 조니 토의 어두운 야외 배경 촬영시 사용되는 그만의 주된 특색으로 점점 발전했다. 이러한 무대화된 조명효과는 심도의 거리를 짧게 하여 주된 것과 부차적인 것이 구분되는 시각적 효과도 거둔다. 종전처럼 숨기는 방식으로 객관적 사물의 윤곽을 흐리게 만들어 버리면 배경이 길게 이어진 거리일 경우, 인물 앞과 뒤에 3미터 거리밖에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 <유도용호방>에서 고천락과 곽부성이 밤거리에서 서로 싸우는 장면이 바로 이러한 예다.

홍콩은 황금기부터 현재까지 텔레비전 드라마 촬영에서 연출자가 스튜디오 조명을 아주 밝은 상태로 유지해 어떠한 상황이라도 연기자와 주변 배경의 선명한 해상도를 유지해 근거리에서 원거리로, 원거리에서 원거리로 변화시킨다 해도 효과가 조금도 차이가 없으며, 영상의 주된 영역과 부차적 영역이 모호한 평면적인 효과를 표현할 수 있을 뿐이었다. 조니 토는 영화 산업으로 뛰어든 후 강렬한 개인 색채가 강한 밀키웨이 이미지 작품을 만들어 내면서, 무대형식의 조명을 통해 창작자 의식의 존재를 깨닫게 했다. 동시에 텔레비전 스튜디오 제작과정 중 습득한 감독 고유의 색깔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스튜디오 형식의 촬영방식은 조니 토에게 여전히 주도적이다. 이런 현상은 무조건 스튜디오에서 화면을 만들어 내고 촬영을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조니 토는 종종 주요 장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구도를 연출하기 위해 전면적인 통제가 가능한 스튜디오 촬영을 고집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암전2>(2001) 중 정이건과 유청운의 오토바이 레이스 장면을 들 수 있다. 이 장면의 배경엔 이어지는 긴 거리에 있는데 스튜디오에서만 완성된 것일까? 무엇 때문에 그래야 했을까? 라는 궁금증을 연발하게 한다. 이 장면만을 살펴보면 정이건과 유청운이 오토바이 페달을 밟으며 쫓고 쫓기는 레이스를 펼친다. 복잡한 카메라 분할과 예리한 장면 배치, 박진감 넘치는 편집으로 승패를 떠난 남자들만의 천진함과 장난스러움이 전해주는 재미를 속속 드러내는 이 레이스 장면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스튜디오에서 완성됐다. 조니 토의 뛰어난 예술적 연출을 바탕으로 본래 약 20-30미터의 가량의 스튜디오 세트가 화면에서는 약 1, 2km 정도로 느껴지게 촬영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조니 토는 스튜디오 촬영의 뛰어난 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연기자에 대한 고집스런 미학

세 번째. 조니 토는 텔레비전 연기자에서 영화배우로 이어져 개성파 배우에 이르는 수순을 밟은 배우들을 사랑했다. <암화> <참새>의 노해붕, <비상돌연> <익사일>의 허소웅, <역고력고신년재>의 황문혜, <유도용호방> <익사일>의 장조휘, <대사건> <익사일>의 장가휘, <흑사회> <복수>의 임가동, <역고력고신년재>의 용천생, <암화> <흑사회>의 소미기, 그리고 <복수>의 황일화 등이 그들이다.

조니 토는 왜 텔레비전의 드라마 훈련으로 다져진 연기자를 선호했을까? 그는 취재 중 자신이 연기자를 보는 방법엔 자신만의 고집이 있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그리고 연예인과 스타의 연기태도에 의문을 품어 왔다. 텔레비전 연기 제도가 연기자로 하여금 연기의 본질을 깨닫게 함은 물론 유연성과 한계를 분명이 구분하게 한다. 연기자들은 사실은 형태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그의 연기자들에 대해 갖는 고집스런 미학은 심층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글은 단지 조니 토의 무협 사상과 텔레비전 드라마와의 영향 관계에 대해 설명한 글이며 그간 언급되지 않았던 그의 고집스런 의협 정신에 대해 논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협영화의 정통은 본래 홍콩에 뿌리 깊게 내려있고, 조니 토는 다른 감독들과 달리, 무협을 새로운 각도로 재구성해 전면적으로 현대화시키고, 최근의 유행에 걸맞게 변화시키고, 세대간의 대화를 이끌어 내며,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으로 조니 토의 영화는 그 근본인 홍콩 무협영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국제무대에서도 여전히 추앙받고 인정받는지 모른다. 이 글은 타인의 값진 비평을 마다하지 않으며 근 10년간 홍콩을 대표하며 우뚝 선 거장에 관한 작은 의견임을 밝힌다.

관련인물

사이먼 신 홍콩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