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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차분하며 애틋한 영화 <라라 선샤인>

synopsis 김수진(양은용)은 시나리오작가다. 그녀는 유년 시절에 겪었던 한 사건으로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성인이 된 지금에도 복수에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그녀는 한 남자를 청부살인하려 한다. 한편 그녀가 지금 쓰는 시나리오의 바탕이 된 실화는 이미라라는 여자가 황철민이라는 남자를 살해한 사건이다. 김수진은 여기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더 집착한다. 어떻게든 이미라의 실화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이미라를 만나려고 한다.

<라라 선샤인>에는 두개의 세계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현실이며 시나리오작가 김수진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살인청부업자를 동원하여 살인극을 벌이려는 이야기다. 그건 그녀의 어린 시절의 끔찍했던 기억과 관련이 있을 것이며 역시 어린 시절에 다쳐서 오른손을 잘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연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나머지 하나의 세계는 영화 속 영화의 세계이며 김수진이 써가는 이야기다. <라라 선샤인>은 김수진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의 제목이기도 하다. 미술관에서 화백을 살해하였으나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풀려난 이미라 사건에 김수진은 점점 빨려들어간다. 두개의 세계가 교차하는 것이 <라라 선샤인>의 방식이다. 관객은 한편으로 김수진의 행각을 예의주시하게 되고 이미라 사건에 대한 김수진의 집착에도 궁금증을 갖게 된다. 물론 그 비밀에 관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알아챌 수 있다. 그때 <중경삼림>의 킬러 이미지는 중요한 교차점이 된다.

개인사의 아픈 기억을 가진 한 여성 시나리오작가가 한편의 영화를 쓰면서 자기를 투영하고 회복하려 한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이 옳은 주제다. <라라 선샤인>은 영화 안과 밖을 오가며 그 지점을 향해 간다. 하지만 몇 가지 결함 때문에 이 영화의 옳은 의도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게 된다. 우선 인물들의 생명력이 엿보이지 않는다. 추상적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김수진이 복수를 감행할 때 직업적인 면모를 따라 영화 속 장면을 차용한다는 것 외에 왜 왕가위의 영화 이미지가 여기서 중요해지는지 그 이유도 잘 모를 일이다. 주인공 김수진의 치유에 관한 결론은 그중에서 가장 의아하다. “어렸을 때 이미라가 황철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가정해보면 어떠냐, 그래서 복수로 죽이는 것이다”라고 김수진이 제작사 사장에게 제안했을 때, “하지만 죽이는 건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사장은 말한다. 그 복수의 강도가 심한지 아닌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확실히 좀 심하다. <라라 선샤인>은 성실하고 차분하며 애틋한 영화인데 그런 장점에 비해 주제에 대한 묘사는 추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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